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인공지능 "제가 정부 R&D 심사위원 추천합니다… 인맥과 학맥 연결된 '짬짜미 심사'는 막겠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과제 심사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된다. 전 세계에서 R&D 심사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과학계에서는 "AI 도입이 인맥, 학맥으로 연결된 '짬짜미' 심사를 일소할 기회"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다음 달부터 정부 이공계 R&D 과제의 심사위원을 AI가 추천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은 대학과 정부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한 해 예산이 5조원에 육박한다.

연구재단이 도입하는 '데이터베이스 기반 평가 후보자 추천 시스템'은 먼저 AI가 연구자가 제출한 과제 기획서를 분석해 연구 내용과 관련된 핵심 키워드를 추출한다. AI는 이후 연구재단이 보유한 연구자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연구를 가장 잘한 사람들을 검색해 심사위원으로 추천한다.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정부로부터 AI 시스템 개발과 운영에 올해 16억원 등 4년간 63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며 "올해는 AI 추천을 시범 운영하며 기존 연구재단 과제책임자(PM)들의 추천 방식과 비교해 보고, 내년부터 일부 기초연구 분야에서 AI 추천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재단이 R&D 과제 심사위원 선정에 AI를 도입한 것은 R&D 과제 심사위원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R&D 과제 심사에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30~40명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하지만 R&D 과제 수가 급증하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로 심사위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의학 전공자가 관련이 없는 공학 과제를 심사하고, 한 심사위원이 1년에 수십 건의 과제 심사에 참여하는 일도 있었다.

연구재단은 국내 챗봇(AI 채팅 서비스) 개발 업체인 와이즈넛과 함께 심사위원 추천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AI는 대학의 박사급 연구원 42여만명의 연구 업적이 들어 있는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와 논문 정보 132만건이 수록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을 검색한다. 앞으로 해외 업체의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 R&D 과제 심사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평가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