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무실 옮길 때마다 큰 변화
주력사업 제과→유통→화학으로
신 회장 123층 중 49층으로 이사
아버지의 이름으로
선친들이 쓰던 곳은 ‘적통’ 상징
SK·현대차 최소 수리만하고 사용
개인 취미, 경영 철학도 반영
구본무, 철새 잘보이는 한강변 30층
서경배, 신사옥 중앙서 직원과 소통
회장님 사무실은 몇 층 일까요
“OOO 회장님은 몇 층에서 근무하세요?”
“글쎄요. 확인 한 번 해볼게요. 직원들은 잘 몰라서요.”
각 기업의 회장실 위치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이다. 그렇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회장님의 사무실은 그만큼 멀리 있는 공간이다. 물론 마음속으로 말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곳’일수도 있지만 최고경영자의 사무실은 중요하다. 기업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새로운 경영 비전을 제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때론 창업자의 사무실이 승계 과정에서 적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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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5년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앞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그룹 총수 사무실을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만큼 안전하게 지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49층 레지던스형 공간에 머물고 있다. 회의실 등 사무공간도 마련했다.
롯데그룹은 그룹 회장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큰 변화를 겪었다. 신 총괄회장이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롯데제과를 창업한 게 1967년이다. 그러다 1978년 서울 중구 롯데빌딩 26층에 그룹 운영본부를 신설하면서 회장실을 이곳으로 옮겼다. 그 과정을 통해 그룹의 주력산업도 제조업인 제과에서 유통업으로 전환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처음으로 문을 연 게 1979년이다.
잠실 롯데 시대를 맞아 롯데그룹 주력 사업도 유통업에서 화학산업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롯데첨단소재 등 화학 부문은 지난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신 롯데’ 구상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석유·화학·소재 산업을 유통과 같은 비중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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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1999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과 등을 돌리며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2011년 4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계동사옥에도 사무실을 마련했다. 정 회장의 계동사옥 사무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선친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쓰던 곳이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이 작고한 뒤 쭉 비어있던 사무실을 최소한의 공사만 한 뒤 정 회장이 쓰고 있다.
계동사옥은 최상층이 15층이지만 13층을 두지 않았기에 실제 층수로는 14층이다. 정 명예회장은 계동사옥을 건설하면서 ‘13’이란 숫자가 서양에서 불길한 의미라며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양재동 사옥으로 주로 출근하고, 특별한 보고가 있을 때만 계동사옥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창업자가 쓰던 사무실이 적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례는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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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SK그룹 등 대기업 회장들이 최상층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회장과 직원이 같은 사무공간에 있으면 아무래도 직원들이 불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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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층인 35층에는 회의실을 겸한 대형 강당이 있고, 31~34층에는 LG연구소가 있다. 구 회장이 서관이 아닌 동관에 사무실을 둔 건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다. 구 회장은 알려진 ‘버드워칭’ 마니아다. 그는 지난 2000년 『한국의 새』를 펴내기도 했다. 업무 중 휴식을 취하면서 틈틈이 망원경으로 한강 밤섬의 철새들을 관찰한다. LG상록재단이 경기도 광주시에 화담숲을 조성하는 등 산림 보호 사업에 힘쓰고 있는 건 구 회장의 이런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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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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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노트북·휴대전화 있으면 그만, 방 따로 없는 미국 CEO들
마크 저커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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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미국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도 건물 5개의 본사 어디에도 개인 사무실이나 책상이 없다. 본사 카페테리아의 소파 등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헤이스팅스는 2016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있는 곳이 바로 내 사무실”이라며 “오가는 직원들과 바로 아이디어를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사무실 필수품은 화이트 보드였다.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는 다양한 색깔의 펜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또 혼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화이트 보드에 적어놓고 그림을 그리면서 이를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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