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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4년간 고생한 선수 23명은 ‘남북 단일팀’으로 피해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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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팩트 체크|남북 단일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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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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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가 뜨겁습니다. 올림픽을 위해 4년간 고생한 남한팀 선수(23명)가 북한 선수 때문에 공연히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반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북한팀 선수들의 합류 규모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35명의 선수단이 구성된다는 얘기도 있고, 북한 선수들 10명 합류설도 나왔습니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우리는 3명, 북한은 6명’을 합류시키자고 주장했다고 근거 없는 보도를 했습니다. 정확한 정보 없이 매체별 보도가 무분별하게 확산돼 혼란이 극심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아이스하키 담당 기자로서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관련해 가장 믿을 만한 취재원은 정부 당국입니다.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단일팀 방향이 대략 정해졌고,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사실상 세부사항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정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수단 규모는 남북한 당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하기 때문에 조심할 뿐입니다.

그래도 단서는 있습니다. 바로 남북 협상을 지휘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입니다. 그는 18일 서울 광운대 특강에서 “북한 선수 5~6명이 합류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10명 이상이 사전 연습을 해, 여기서 뛰어난 선수를 골라서 참여시킬 것이다. 아이오시도 이런 방향으로 양해하겠다고 얘기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추가 취재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북한 선수 15명이 남한으로 와 합동훈련을 하고, 그 가운데 5~6명의 선수를 뽑아서 남한팀에 합류시킨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2~3명의 북한 선수를 경기마다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여기서 선발되는 선수는 아이오시의 양해로 기존의 남한팀에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 선수 일부가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는 일은 없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최종 엔트리는 남북한 단일팀만 예외적으로 23명에서 28~29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 선수, 피해 얼마나
머리 감독 “1~3조에 뛸 북 선수 없어”
남쪽 15명은 모든 경기 출전 가능
마지막 4조에 북 선수 2~3명 뛸땐
남쪽 5명 최소 2.5경기…엔트리 유지


이제부터 복잡해집니다. 만약 경기당 2~3명의 북한 선수가 출전하면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실제로 얼마나 되겠는가가 핵심입니다. 세라 머리(30) 여자아이스하키팀 감독은 “북한 선수가 도움이 되겠지만, 1~3조에 들어올 북한 선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여자아이스하키는 23명 정원 가운데 골리(골키퍼) 3명을 뺀 20명의 선수를 1조(5명), 2조(5명), 3조(5명), 4조(5명)로 나눕니다. 보통 빠르고 득점력 높은 선수들이 앞조에 많이 배치됩니다. 또 체력 소모가 커 대략 1분마다 조를 통째로 교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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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수들은 4조(5명)에서 뛸 확률이 높습니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에서 스위스(2월10일), 스웨덴(2월12일), 일본(2월14일), 순위결정전(2월18·20일) 등 5차례 경기를 합니다. 만약 첫 스위스전 4조(5명)에 북한 선수 3명을 넣으면 남한 선수 3명이 빠집니다. 두번째 스웨덴전 4조(5명)에 북한 선수 2명을 넣으면 남한 선수 2명이 빠집니다. 이렇게 5차례 경기를 하면 4조(5명)의 남한 선수는 25번의 기회에서 12번을 채우게 됩니다. 다섯 경기에 온전히 출전하지 못하는 침해를 받지만, 각 선수가 최소 2.5경기에는 나간다는 얘기입니다. 머리 감독은 “2~3명의 북한 선수를 추가하는 것은 오케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선수가 합류하면 조직력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맞습니다. 보통 아이스하키 전술 2~3개를 익히려면 6개월이 소요됩니다. 북한 선수들을 2~3명 투입하는 식으로 줄인 것도 조직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 선수 5명을 4조(5명)에 모두 배치해 5차례 경기에 남한팀 4조(5명)와 번갈아 투입하는 방식을 상상하는 이도 있습니다.

IOC, 단일팀 결정 어떻게
바흐 위원장 “평화올림픽 계기”
연맹쪽도 평창 흥행카드로 주목
20일 로잔서 단일팀 규모 확정땐
경기마다 세계 카메라 집중될 듯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아이오시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과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2013년 취임 이래 북한의 올림픽 참여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얘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앞서 지난해 4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경기 때는 파젤 회장이 직접 참가해 경기 뒤에도 선수들과 어울렸습니다. 바흐 위원장 입장에서는 평창을 평화올림픽의 계기로, 파젤 회장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빠진 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흥행 카드를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답변이 이달 초 너무 늦게 나왔고, 남한 정부도 북한의 입장 발표에 따라 급작스럽게 단일팀 구성에 나선 측면이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했더라도 정부가 남한 선수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터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19일 “우리 팀이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실언에 사과를 하는 등 뒤늦게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이오시는 20일 스위스 로잔의 본부에서 남북한 올림픽위원회와 평창조직위원회를 불러 4자 회의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와 북한 선수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오시 헌장 44조는 “아이오시 집행위원회는 올림픽대회 총 참가자 수를 결정한다”고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28~29명까지 팀 엔트리를 늘리는 것은 아이오시의 의지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B조의 스위스가 단일팀에 엔트리를 늘려주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 역시 바흐 위원장이 가맹국 올림픽위원회와 접촉하고, 파젤 회장 역시 회원국 아이스하키협회에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팀 합의 싸고 혼선, 왜
남북 회담서 급하게 단일팀 결정
남쪽 선수들 설득할 시간 부족해
이 총리 “메달권 아니다” 실언도


단일팀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여자아이스하키 남한(22위), 북한(25위)의 순위는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땄을 당시 세계 1~7위였던 다른 나라 7개 팀보다는 떨어집니다. 스위스(6위), 스웨덴(5위)과는 0-5 정도로 패한 바 있고, 그나마 해볼 만한 일본(9위)과는 0-3으로 진 적이 있습니다. 다만 세계의 모든 카메라가 집중될 단일팀 경기이고, 안방에서 벌어지기에 혹시나 기대를 하는 팬들이 있습니다.

팀워크를 맞추기 위해서는 북한 선수들이 빨리 내려와 합동훈련을 하는 것이 최상입니다. 20일 아이오시가 최종 결정을 하면 2~3일 안에라도 북한 선수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훈련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북한 선수가 온다면 진천에서 합동훈련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2월4일 스웨덴과 평가전을 앞두고 있고, 2월10일에는 올림픽 첫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팀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머리 감독도 “기왕 단일팀을 할 거라면 북한이 최대한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모든 스포츠는 정치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핑퐁 외교로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1987년 크리켓 월드컵으로 갈등을 피한 적이 있습니다. 거꾸로 1969년에는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경기 결과 때문에 전쟁을 벌인 적도 있고, 올림픽이 테러로 물들거나 동서 양 진영의 대결장으로 반쪽이 된 적이 있습니다. 스포츠를 순수 스포츠로 놔두지 않는 환경이라면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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