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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朴특활비 전달 경로 법정 재구성…007작전 같았던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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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법정 향하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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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국정원 특활비' 공판


뉴시스

법정 향하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남재준 전 원장 보좌관, 비서실장 증언

광화문 세실극장 앞에서 청와대 차량 타
연풍문 통할 땐 방문목적 '다른 파견 직원'
"치사하다 느꼈고, 창피하고 기분 나빴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19일 열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특활비' 혐의 재판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전 특별보좌관 오모씨와 전 비서실장 박모씨가 나와 돈 전달 경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나온 두 사람의 증언으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전달된 과정을 재구성해봤다.

남 전 원장이 청와대로부터 특활비 일부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은 건 국정원 직원들 자녀 대상의 어린이날 행사가 열린 2015년 5월이었다. 그가 국정원장으로 부임하고 약 2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남 전 원장은 산책 중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 특활비 일부를 보내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 통화내용을 오씨에게 전하면서 "아무리 형편없고 나쁜 놈들(비서관들)이라도 대통령 속이고 날 농락하는 짓은 않겠지"라고도 말했다. '실세' 비서관들이 중간에서 농간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남 전 원장은 오씨에게 "(매월) 5000만원"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남 전 원장에게 처음 전화를 한 비서관에 대해 오씨는 "명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안 전 비서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 시절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화를 받고 열흘 정도가 지났을 때 남 전 원장이 인터폰으로 오씨에게 "비서실장(박씨)을 너한테 보낼테니 준비한 것을 줘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오씨는 5만원권 5000만원을 박스 한 상자에 담고 그걸 다시 서류봉투에 넣어 테이핑을 해 박씨에게 줬다. 오씨가 돈을 준비하고 박씨가 전달책 역할을 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씨는 창피하다는 기분이 들었고 청와대가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급한 사정으로 인한 1회성 요구인 줄 알았는데 반복되면서 기분이 나빴다고도 한다. 그래서 박씨에게도 몇 달이 지나서야 안에 들은 것이 사실은 돈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박씨는 청와대로 직행하지 않았다.

그는 국정원 차량을 타고 광화문 세실극장 앞까지만 갔다. 그리고 거기서 이 전 비서관이 보내준 차량으로 갈아타고 출입 신고도 없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까지 곧장 갔다. 총 12번을 갔는데 박씨는 10번 정도를 이런 방식으로 간 것으로 기억했다.

차량 없이 연풍문(청와대 민원인 안내시설)을 거쳐서 가기도 했다. 이 때는 출입신고서를 기재해야 했다.

그런데 방문 목적을 이 전 비서관이 아닌 당시 청와대에 파견돼 있던 다른 직원들을 만나러 가는 걸로 썼다.

다만 박씨는 이를 특활비 전달을 숨기기 위한 꼼수는 아니라는 취지로 이날 법정에서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들고 가더라도 관례적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이 때는 실제로 다른 국정원 직원을 만난 후 이 전 비서관에게 갔다.

'상납'을 하러 갔지만 분위기가 고압적이거나 딱딱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이 전 비서관이 바빠 보였는데도 "따뜻한 차 한잔 드시겠냐"고 권했을 때를 특별히 기억나는 점으로 증언했다.

또 고등학생으로 같은 또래인 이 전 비서관 딸과 박씨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수의 차림으로 처음 법정에 함께 선 '문고리 3인방' 비서관들은 입정 후 서로를 힐끔거리고 쳐다보기도 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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