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SUV에 밀렸던 소형차, 유가 상승·신차 출시로 살아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경차와 소형차의 판매량이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의 판매량은 모두 전년대비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과거 경차와 소형차는 생애 첫 차를 구입하는 젊은 소비자들이나 여성 운전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야외활동 인구 증가로 적재공간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경차와 소형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대거 SUV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작은 차가 가진 경제적 가치가 다시 부각돼 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는 현대차의 신형 벨로스터와 기아차의 신형 K3도 새롭게 출시된다.

◆ 지난해 경차·소형차 판매량 두자릿수 감소…프라이드·엑센트는 판매 중단

조선비즈

지난해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던 소형 세단 아반떼, K3, 크루즈/조선일보DB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경차의 판매량은 13만8895대로 전년대비 19.7% 감소했다. 소형차 판매 역시 15만7798대로 전년대비 14% 줄었다.

지난해 경차와 소형차 시장에서는 판매실적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차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기아자동차(000270)는 1월에 완전변경된 3세대 모닝을 경차 시장에 새롭게 출시했고 한국GM은 소형차 시장에서 아반떼와 경쟁할 신형 크루즈를 선보였다.

그러나 각각 경차와 소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모닝과 크루즈의 성적은 결국 ‘미풍’에 그쳤다. 모닝은 지난해 7만437대가 판매되며 경쟁 모델인 한국GM 스파크(4만7244대)는 멀찌감치 따돌렸지만, 전년대비 판매량은 오히려 6.3% 감소했다. 9년만에 완전변경돼 나온 신형 크루즈도 출시 초반의 부진을 결국 만회하지 못한 채 전년대비 2.7% 줄어든 1만554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다른 주요 모델들의 판매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엑센트는 지난해 판매량 7496대로 전년대비 39.7% 급감했고 아반떼도 8만3861대로 10.6% 감소했다. 스파크 역시 경차의 수요 감소에 신형 모닝 출시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39.5% 줄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자 기아차는 지난해 유럽 등에서 출시한 4세대 신형 프라이드(해외 판매명 리오)를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역시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형 엑센트를 국내에서는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 비슷한 가격에 실용성 큰 소형 SUV로 구매층 이동

국내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비슷한 가격대에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큰 소형 SUV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감소했지만, SUV 전체 판매량은 46만1390대로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소형 SUV 시장을 석권했던 쌍용자동차(003620)티볼리는 5만5280대가 판매됐다.

조선비즈

전문가들은 비슷한 가격에 높은 실용성을 갖춘 소형 SUV에서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형차의 수요가 감소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코나를 소개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차 제공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 등 소형 SUV 시장에서 새롭게 판매가 시작된 신차의 실적도 좋았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코나는 반 년 동안 2만3522대가 판매되며 티볼리와 대등한 경쟁을 벌였고 7월 디젤 모델로만 출시됐던 스토닉 역시 9133대로 월 판매 목표량인 1500대를 달성했다. 티볼리의 경우 전년대비 판매량은 2.9% 감소했지만, 코나와 스토닉 등 경쟁 모델이 새롭게 추가된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형차 시장의 대표 모델인 엑센트는 1142만원~1934만원에 판매된다. 엑센트가 한 단계 위인 아반떼는 1420만원~2427만원, 크루즈는 1690만원~2558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소형 SUV의 경우 코나는 1895만원~2875만원, 스토닉은 1655만원~2265만원에 판매된다. 적재공간이 넓어 쓰임새가 많은 SUV 모델인데다 새롭게 출시된 신차의 효용성까지 갖춘 코나와 스토닉이 아반떼, 크루즈와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어 그 동안 소형차의 주요 구매층이었던 2, 30대와 여성 운전자들이 기존 소형 세단 모델 대신 소형 SUV로 대거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신형 벨로스터·K3 출격…소형차 부활 여부 ‘시험대’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을 들어 경제적인 효용 가치가 큰 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 지난해 초 배럴당 50달러 초반을 기록했지만, 6월 이후 가격이 배럴당 4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기름값이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경차와 소형차가 가진 경제적인 이점보다 SUV의 활용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부각됐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WTI 선물가격은 지난 18일 배럴당 64달러에 마감해 6개월만에 50% 가까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까지 최근 오름세를 보이면서 기름값 부담이 덜한 경차와 소형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조선비즈

지난 15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벨로스터N/현대차 제공



소형차 시장에서 신차의 출시도 예정돼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막을 올린 ‘2018 북미국제오토쇼’에서 현대차는 신형 벨로스터, 기아차는 신형 K3를 각각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형 벨로스터와 신형 K3는 모두 올해 1분기 중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2011년 출시된 이후 7년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벨로스터는 앞 부분에 문 2개, 뒷 부분에 문 1개 등 3도어 모델로 설계돼 1세대 모델의 특징을 계승하면서 디자인에서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N까지 라인업에 추가됐다. 2012년 출시 후 6년만에 완전변경된 2세대 신형 K3 역시 외관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고성능 모델인 GT가 새롭게 제품군에 포함되는 등 많은 개선을 이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소형 SUV 시장에서 이렇다 할 신차 계획이 없지만, 소형차는 눈에 띄게 성능과 디자인이 변화된 벨로스터와 K3가 가세했다”며 “최근 오르고 있는 기름값이 계속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경우 벨로스터, K3 등을 중심으로 소형차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