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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컴컴한 뇌 속을 훤히…국내 연구진 ‘뇌 내시경용 형광시스템’ 최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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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뇌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형광 물질을 통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뇌혈관 속 혈액의 흐름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증 뇌질환인 ‘뇌동맥류’ 수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은 조원상 신경외과 교수와 오승준 비뇨기과 교수(의료기기혁신센터장)팀이 최근 병원 출자회사 인더스마트와 함께 ‘뇌(腦) 내시경용 특수 형광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형광시스템을 이용하면 끊어진 뇌혈관을 잇는 수술에서 보다 정밀한 조치를 할 수 있어 추후 재발 또는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내시경용 형광시스템’은 독일과 일본에서 먼저 개발됐지만 ‘뇌 내시경용’으로는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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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상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오승준 서울대병원 의료기기혁신센터장(왼쪽부터). /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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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질환인 ‘뇌동맥류’는 파열성인 경우 사망 및 장애 발생률이 65%에 이르는 중병이다. 전조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끊어진 뇌혈관을 잇는 ‘뇌동맥류 결찰수술’은 주로 열쇠 구멍 크기로 머리를 열어 수술하는 ‘키홀 접근법’ 개두술(開頭術)로 한다. 이는 최소한의 부위만 노출시키기 때문에 출혈이 적어 수술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되고 미용적으로 우수한 장점이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 수술하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과 이를 보완해 줄 장치들이 필요하다.

필요한 보완 장치는 내시경과 형광시스템이다. 내시경은 수술현미경으로 확인이 어려운 구조물을 볼 수 있게 빛과 시야를 확보해주고 ‘형광시스템’은 혈액에 주입한 형광물질을 특수 필터를 통해 관찰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번에 개발된 형광시스템을 이용하면 혈관 결찰술 이후에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혈관 겉모습만 볼 수 있는 기존 내시경과 달리 중요 미세혈관 상태를 관찰하거나 혈관 내부의 혈액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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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내시경 화면(왼쪽)과 뇌 내시경용 형광 시스템 화면(오른쪽). / 서울대병원 제공



내시경 화면과 형광필터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크기도 일반 내시경 카메라와 비슷하면서 형광 기능이 추가돼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작년에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조원상 교수는 "개발된 형광시스템을 이용하면 뇌동맥류 수술을 보다 정밀히 할 수 있어 향후 환자들의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궁극적으로는 뇌수술용 로봇 개발에 의미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형광시스템 유용성과 관련된 연구결과는 작년 ‘세계 신경외과학(world neurosurgery)’ 저널에 발표됐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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