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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올림픽이 부업? 평창 찾는 `투잡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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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투잡'이라는 단어에서는 보통 피곤함이 먼저 느껴진다. 최근 경기 불황 등으로 삶이 팍팍해진 직장인들이 택하는 부업 이미지가 떠올라서다. 하지만 여기 즐거운 '투잡족'이 있다. 바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둔 직업인들이다. 사회에서도 스포츠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들의 출전은 그 자체로 즐겁고 아름다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자신의 일도 하면서 운동까지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일과 운동이 절묘하게 결합된 경우가 있다. '바이애슬론 황제'라고 불리는 사나이, 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푸르카드는 평창 다관왕 1순위로 꼽히는 바이애슬론 선수다. 지난 시즌까지 6회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단체출발 15㎞ 은메달로 올림픽을 시작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선 개인 20㎞와 추적 12.5㎞ 2관왕에 단체출발 15㎞ 은메달까지 추가했을 정도다.

이렇게 뛰어난 운동선수인 푸르카드의 본업은 다름 아닌 프랑스 현역 부사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은 애초에 출발부터가 군인 전용 스포츠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군인 생활은 푸르카드에게 꼭 맞는 옷이나 다름없다.

푸르카드는 최근 AFP와 인터뷰하면서 "가정 형편상 스키를 계속 타기 어려웠는데 그때 군 스키팀에서 입단 제의가 왔다. 올림픽 레벨의 군인 선수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평창에서 그의 독무대가 열릴 가능성도 높다.

남자 선수 중에 군인이 있다면 여자 선수 중에는 경찰관이 눈에 띈다. '독일 스피드 스케이팅의 철녀'로 불리는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46)은 현재 독일 연방 경찰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이다. 북한의 참가가 불확실하던 지난해에는 "2002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은 9·11테러 직후 열렸음에도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었다"며 "평창 역시 마찬가지로 안전한 곳이 될 것이다. 북한도 도발을 멈추고 올림픽에 참가하길 바란다"며 경찰관답게 치안과 안전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직업뿐 아니라 나이를 가리지 않는 열정 또한 페히슈타인을 설명해주는 한 부분이다. 1972년생인 페히슈타인은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부터 출전해 지금까지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2009년에는 혈액 속 적혈구 숫자가 불규칙하다는 정황 증거만으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페히슈타인은 복귀한 뒤 "36세로서 낼 수 없는 기록을 냈다며 도핑 의혹을 받았지만 나는 40대에도 여전히 메달을 따낼 수 있다"면서 평창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부터 매스스타트에 새로 도전한 페히슈타인은 이번 시즌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3차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해 김보름(23·강원도청)의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만일 페히슈타인이 이번에도 금메달을 획득하면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령 금메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 밖에 가장 다양한 직업군이 속해 있는 팀은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인승 봅슬레이 대표팀에 3개 조를 짠 미국 대표팀에는 군인도, 미식축구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군인인 저스틴 올슨이 포함된 팀으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는데 이번에는 군인이 한 명 더 늘었다.

미국 육군 특수부대 소속 네이트 웨버 중사(31)는 특전사 훈련을 받던 2012년 올슨의 이야기를 우연히 읽은 뒤 자신도 봅슬레이에 도전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니제르, 카메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끝내 올림픽 출전 꿈을 이뤘다. 웨버는 NBC스포츠와 인터뷰하면서 "올슨이라는 사람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거 뭐 있나 싶었다"며 자신의 도전을 돌아보기도 했다.

또 다른 조에 속한 샘 맥거피(29)는 미식축구 선수 출신이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지명을 받진 못했지만 2013년 NFL 팀인 오클랜드 레이더스와 사인해 시범경기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운동을 병행하던 맥거피는 2015년에 이르러 아예 봅슬레이로 전환하면서 투잡족을 포기했지만 그 대신 현재 봅슬레이 4인승에서 세계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려 평창에서 메달권 진입도 노려볼 수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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