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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방카 결혼 중매섰던 웬디 덩, 중국 간첩說로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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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의 뒷얘기를 여과 없이 폭로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전(前) 부인인 웬디 덩 머독(50·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와의 깊숙한 관계도 자세히 그려져 있다.

“웬디가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와 쿠슈너가 결혼하도록 중매를 서줬다.”
“둘은 뉴욕 파크 애비뉴의 이웃사촌 사이로,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절친’ 사이로 발전했다.”
미국 정·재계에서 ‘사교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덩의 ‘마당발 인맥’을 재조명해준 대목이다.

백악관 실세인 이방카와의 친분 관계가 드러나면서 여러 추측을 낳던 와중에, 덩은 최근 ‘중국 스파이’라는 지목을 받아 새해 벽두부터 미국 언론들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 남편 회사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 “웬디가 이방카 트럼프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의 친분을 이용해 미국 워싱턴 D.C.에 중국 정부가 지원한 건설 계획을 로비하려 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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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덩과 이방카 /인스타그램 캡처


◆ 美 정보기관, 트럼프 사위 쿠슈너에 “웬디 덩을 조심하라” 경고

WSJ에 따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덩이 중국 정부가 자금을 대는 워싱턴의 대규모 정원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로비에 나섰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 건설되는 중국식 정원엔 21m 높이의 백색 탑이 설치되는데, 이 백색 탑이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워싱턴 내 핵심 시설을 감시·도청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미국 정보기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백색 탑과 워싱턴 중심부와의 거리가 약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쿠슈너 집안의 부동산 회사가 중국에 사업 이권이 있다는 점도 세간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쿠슈너 컴퍼니는 12억5000만달러 상당의 뉴욕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를 놓고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교섭했으나 지난해 3월 협상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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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수목원 내 중국 정원 건설프로젝트의 기공식/차이나데일리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리는 적합한 사람이 미국과 중국의 실질적인 협력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덩의 대변인 역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나 어떤 다른 정보기관의 염려도 그녀와 관련이 없다”며 중국 정원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모른다고 밝혔다.

덩의 중국 간첩설이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머독은 자서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웬디를 중국 스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중국계 미국인 스파이로 인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 정부에 심어놓은 고급정보원 12명이 처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덩의 스파이설이 세간에서 거론되는 모양새다.

◆ 푸틴·블레어와도 불륜설…정보기관의 주시대상

덩은 오래전부터 미국 등 각국 정보기관의 주시 대상이었다. 전 세계 유력 지도자들과 친분이 두텁고 심지어 남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종종 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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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 회장과 웬디 덩의 결혼 시절 /배니티 페어


머독과 결혼생활을 하던 2014년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남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미국의 월간지 ‘배니티페어’(Vanity Fair)가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한 감정이 적힌 덩의 쪽지를 입수해 이를 공개하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덩은 “토니 블레어는 아주 멋진 몸매를 가졌고 다리와 엉덩이가 매우 멋있다”며 “무엇인가 꿰뚫는 듯한 푸른 눈을 사랑한다”고 했다.

당시 WSJ는 영국 정보 당국 관계자들이 둘의 관계가 양국 안보에 문제가 될지를 미국 쪽과 상의했다고 전했다.

2016년 무렵엔 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남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보도가 여럿 나왔다. 덩은 푸틴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평소 러시아 재벌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워낙 네트워크가 넓다보니 둘의 관계는 아직도 종종 미국 언론에서 거론되곤 한다.

덩을 둘러싼 미국내 쑥덕공론이 가라앉지 않자 중국 내 소셜미디어 여론도 들끓고 있다. 중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스파이’로 의심하는 미국 내 여론이 비이성적이라는 것이다. 한 중국 네티즌들은 “웬디 덩이 중국 스파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는 이스라엘 스파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변 매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인이 정신병에 걸렸다’는 반응을 내놨다.

◆ 2011년 청문회때 “내 남편을 건드려?” ‘스파이크’로 주목 받아

덩은 2011년 머독이 소유 언론사의 전화 도청 스캔들로 영국 의회에서 증언할 때 그의 신변 위협을 막으며 유명세를 탔다. 당시 덩은 방청하던 코미디언이 머독에게 파이를 던지며 돌진하자 이를 제지하며 스파이크하듯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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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영국 하원 청문회장에서 한 남자가 면도거품이 담긴 하얀 쟁반을 들고 루퍼트 머독 회장을 향해 돌진하자 웬디 덩이 재빠르게 오른손바닥으로 남성의 뺨을 치며 막아섰다. /유튜브 캡처


중국에서 공장 관리인의 딸로 태어난 덩은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대표적인 중국계 미국인이다. 1998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예일대에서 공부한 뒤 뉴스코프 자회사인 홍콩 스타TV에 입사, 그곳에서 머독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중국 내에서 뉴스코프의 사업 확장을 도왔고, 이 과정에서 장쩌민 전 주석 등 중국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2014년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2014년 이혼했다.

웬디는 이혼 이후엔 중국과 관련한 영화, 다큐멘터리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201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회 ‘렌즈를 통해서 본 중국’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엔 자신의 27살 연하인 헝가리 모델과 열애 중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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