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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우디에 부는 개혁바람]①35년만에 영화 허용…사우디는 왜 금기를 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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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서 대중문화로 이어지는 ‘개혁’…‘비전2030’의 일환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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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5년 만에 영화관에서 상업영화 개봉이 허용됐다. 1980년대부터 사우디 정부는 ‘영화가 대중을 현혹한다’는 극장에서의 영화 상영을 금지했지만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030 비전’의 일환으로 이를 해제한 것이다.

18일 중동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15일 제다에서 프로젝터를 통해 상업 영화를 상영했다. 상영작은 미국 애니메이션 ‘이모티: 더 무비’와 ‘캡틴 언더팬츠’다. 기존에는 DVD, TV를 통해서만 영화를 볼 수 있었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바레인이나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으로 건너가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사우디는 극장에서의 영화 상영을 엄격하게 금지했었다. 첫 번째는 배우나 연예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신 외 우상을 금지한다’는 이슬람교의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극장에서 남녀간 교제를 유발할 수 있어 이슬람 가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시민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2008년, 2009년 각각 한 차례씩 일시적으로 영화 상영을 허용했다. 2005년에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리야드의 한 호텔에서 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아랍어로 더빙한 1시간짜리 외국 애니메이션을 하루 3번 어린이와 여성에게만 관람하게 했다.

2008년에는 코미디 영화 ‘마나히(menahi)’를 제다, 타이프 두 도시에서 상영했다. 남녀 모두에게 개방됐지만 좌석은 엄격하게 구분했다. 2009년에도 같은 영화가 리야드의 한 문화센터에서 상영됐지만 남성과 10세 미만의 여자 어린이만 입장을 허용했다. 하지만 당시 영화 상영이 허용된 데는 마나히를 제작한 ‘로타나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국왕의 조카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소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즉 개혁을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사우디는 중동에서도 대중문화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나라다.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이슬람 계율을 엄격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영화 뿐 아니라 음악, 무용, 연극 등 오락이나 대중 예술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음악은 나쉬드(이슬람 단체들이 홍보 목적으로 만든 노래)를 제외하면 모든 음악을 터부시했다. 심지어 레코드 가게에서 스피커로 상업 음악을 트는 것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중문화에 개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그리스 피아니스트 ‘야니’의 공연이 열렸다. 공개된 장소에서 서방의 음악을 남녀 혼석으로 감상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었다. 지난 12일에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남성 보호자와 함께 별도의 ‘가족 구역’을 마련해 경기를 관람토록 했다.

이 개혁의 중심에는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었다. 무하마드 왕세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개혁 의지를 드러내왔다. 올해 33살의 젊은 나이에 사우디 차기 국왕을 예약한 그는 사우디 인구의 70%가 30대 이하인 점을 강조하면서 “극단주의를 파괴하고 온건한 이슬람 국가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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