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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DNA로 만든 ‘움직이는 나노 로봇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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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DNA 오리가미’ 나노공학

전기장 이용해 팔 회전 동작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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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에이 접기 기법으로 만든 디엔에이 로봇팔과 구조물. <사이언스> 제공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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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정보의 기능은 없는 인공 디엔에이(DNA) 조각들을 이리저리 붙이고 접어서 2차원 또는 3차원 나노 구조물을 만드는 이른바 ‘디엔에이 오리가미(종이접기)’라는 나노공학 기법으로, 로봇팔처럼 동작하는 나노 구조물이 만들어졌다.

뮌헨공대 등 독일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전기장으로 조절되는 자기조립 나노 로봇팔’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내어, 인공 디엔에이로 만든 나노 구조물이 전기장에 의해 동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는 알파벳이나 여러 문자와 이모티콘, 도넛 형상, 그리고 최근엔 ‘모나리자’의 그림까지 구현하는 디엔에이 오리가미 솜씨를 뽐내며 기술 진전을 보여주었으나, 이번처럼 외부에서 제어해 동작을 수행하는 디엔에이 나노 구조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사이언스> 제공, 유튜브 https://youtu.be/K9fuSVaszyg

이번에 공개된 디엔에이 나노 구조물을 보면, 25나노미터 크기의 로봇팔을 비롯해 대부분 구조물이 디엔에이 이중나선 가닥으로 만들어졌으며 로봇팔이 움직일 때 그 아래에서 받침대 구실을 하는 곳은 외가닥 디엔에이로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전기영동 챔버’라는 장비에서 미세한 전하를 걸어주어 디엔에이 팔이 여러 받침대를 거치며 회전하게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지점으로 움직이도록 제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봇팔은 받침대 하나를 지나는 데 몇 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아, 이전 기술에 비해 100만 배 더 빨라졌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관찰하기 힘들 정도로 작디작은 나노 구조물의 동작은 로봇팔에 붙인 형광물의 빛 신호를 통해 현미경으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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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에이로 만든, 세계에서 가장 작은 모나리자 그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2017)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이번에 선뵌 새로운 기법은 3차원 프린팅이나 제약 분야에서 디엔에이 로봇팔이 분자를 집어올려 옮기고서 내려놓는 동작 같은 작업을 하는 데 응용될 수 있으리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다른 연구진이 디엔에이 오리가미 기법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모나리자>를 0.05μm²(제곱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면적에다 그려 공개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모나리자’로 불린 이 나노 구조물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의 작품으로, 지난해 12월7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 분야 연구자들은 디엔에이 나노 구조물이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약물 전달수단이나 새로운 방식의 센서 등에 응용되는 기술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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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에이 조립 방식 중 한 가지의 개념도. 한겨레 자료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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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자기조립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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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디옥시리보핵산(DNA)은 유전 정보를 담은 생명의 기본 물질이지만, 나노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자연의 훌륭한 자기조립 물질이기도 하다. 디엔에이의 자기조립 성질을 이용해 나노 구조물을 만들려는 시도는 ‘디엔에이 나노기술’ 분야에서 지난 20년 가량 이어져 왔다. 기본 원리는 이렇다. 디엔에이를 이루는 염기인 아데닌(A)은 티민(T)과, 구아닌(G)은 시토신(C)과 서로 붙는 이른바 ‘디엔에이 상보성’이라는 성질을 지니는데, 이를 이용해 염기 배열을 미리 특정한 방식으로 설계한 합성 디엔에이 외가닥들을 만들어 섞으면, 특정한 짝과 특정한 부위에서 달라붙어 특정한 나노 형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나노 조립에는 디엔이 합성 기술로 만든 인공 디엔에이가 사용되며 이런 디엔에이는 아주 짧아 생명 기능을 하는 유전자 정보를 담지는 못한다. 사진은 디엔에이 외가닥을 이용해 만든 대략 100나노미터 크기의 2차원 나노 구조물들(미국 하버드대학, 2012)

(출처: 사이언스온, 2012, http://scienceon.hani.co.kr/72836)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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