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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음악가의 뇌는 장르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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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 논문

재즈-클래식 음악가 뇌파 움직임 달라

재즈 연주가는 ‘무엇을’ 연주할지

클래식 연주가는 ‘어떻게’에 집중

재즈 피아니스트는 ‘화성 맞추기’

클래식 피아니스트는 ‘운지법’ 집중



한겨레

독일 연구팀은 같은 곡을 연주할 때조차 재즈 피아니스트의 뇌 활동이 클래식 피아니스트와 다르다는 것을 관찰해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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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연주할 때 사람의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면 한 장르의 음악가들만 연구해서는 안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연구팀은 장르마다 음악가의 뇌 반응이 다르다는 사실을 관찰했다고 과학저널 <뉴로이미지>에 밝혔다.

음악 활동은 고도로 발달한 뇌 구조에 기반한 여러 기능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실현된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산하 인간인지및뇌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이런 기능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미세하게 조정된 형태로 이뤄져 있으며, 특히 음악 형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재즈 피아노 연주자의 뇌 활동이 고전음악(클래식) 피아노 연주자와 다르다는 것을 관찰했다. 차이는 같은 음악을 연주할 때조차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일어나는 뇌의 활동, 특히 형식에 따라 달라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인 키스 재럿은 한 인터뷰에서 ‘재즈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를 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생각이) 없다. 그건 우습고 불가능한 일이다. 두 가지 일에는 서로 다른 회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음악 전문인이 아닌 사람들은 프로 음악가에겐 재즈나 클래식처럼 서로 다른 음악 형식을 바꿔 연주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수십년 동안 훈련을 받은 사람들한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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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재즈 피아니스트한테 표준적인 화음 진행 중에 화성적으로 예기치 않은 화음을 연주하도록 했을 때 클래식 피아니스트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반응을 하는 것이, 행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장착한 뇌파 센서를 통해 확인됐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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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은 이런 현상에 대한 신경과학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재즈와 클래식 피아니스트들 뇌에 서로 다른 작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이끈 막스플랑크연구소 신경과학자 다니엘라 잠러는 “이유는 음악 형식이 두 음악가에게 주문하는 요구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곧 클래식에서는 음악을 잘 해석하는 것을 요구하는 반면 재즈에서 개성 있게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뇌에서 서로 다른 작동이 일어나고, (음악가들이) 형식을 바꿔 연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두 음악가 그룹 사이에 중요한 차이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동작을 가져갈지 계획하느냐이다. 음악 형식에 상관 없이 원칙적으로 피아니스트들은 그들이 무엇을 연주하려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곧 그들이 눌러야 하는 건반을 의미한다. 또 이어서 어떻게 연주할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그들이 사용할 손가락을 의미한다. 두가지 과정에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지가 음악 형식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따르면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은 두번째 단계 곧 ‘어떻게’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연주기법에 개인적인 표현만을 더해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어느 손가락을 사용하는지 곧 운지법이 중요하다. 반면 재즈 피아니스트는 ‘무엇을’에 집중한다. 그들은 언제든지 즉흥적인 연주를 통해 새로운 화성을 만들어낼 채비가 돼 있다.

논문 제1저자인 로베르타 비안코는 “재즈 피아니스트한테서 우리는 화음을 맞추는 유연성에 대한 신경학적 증거를 발견했다. 우리가 재즈 피아니스트들한테 표준적인 화음이 진행되는 중에 화성적으로 예기치 못한 화음을 연주하도록 요구했을 때 그들의 뇌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보다 훨씬 빠르게 어떻게 행동할지를 짜내었다. 따라서 그들은 연주를 계속해서 잘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운지법이 요구됐을 때 재즈 피아니스트들보다 훨씬 잘 연주했다. 이 경우 그들의 뇌는 운지법에 대한 훨씬 강한 인지를 보였으며 그 결과 연주하는 동안 훨씬 실수를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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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들이 화면의 손을 보면서 무음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표준적이지 않은 화성과 운지법을 섞어 넣어 그때 뇌 활동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뇌파 측정을 통해 확인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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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30명의 전문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절반은 적어도 2년 이상 재즈를 전공한 그룹이고, 나머지는 클래식을 훈련받은 사람들이었다. 모든 피아니스트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손을 보면서 연주를 했는데, 이 화면의 손 움직임은 화성과 운지법에서 곳곳에 잘못된 것이 섞여 있었다. 피아니스트들은 손을 모방하면서 불규칙한 부분들에 반응을 해야 했고, 그때마다 머리 뒤에 부착된 뇌파검사 센서들에 의해 뇌파가 기록됐다. 다른 음향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험은 소리 않나는 피아노를 사용해 완전한 무음 환경에서 진행됐다.

잠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뇌가 주변 환경 요구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르 밝혀냈다. 음악을 연주할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알려면 한 장르에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지금까지는 주로 서양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연구만 이뤄져왔다는데 좀더 큰 그림을 얻기 위해서는 몇몇 장르에서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 언어 연구에서 언어 활동의 범용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독일어 연구에 국한해서는 안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DOI: 10.1016/j.neuroimage.2017.1.2.058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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