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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드론 스토킹’…겨울철새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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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몸 무거운 큰고니, 드론 피하려 한 번 날면 반나절 먹이 사라져

사람·차량 피해 강 복판으로 피신한 고니를 드론으로 괴롭혀

드론 사용 증가 예상…야생동물 피해 막을 규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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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용 드론이 멸종위기종 큰고니 무리를 뒤쫓으며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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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뜻한다. 드론은 고공영상·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1월1일 경기도 팔당에 드론 한 대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참수리, 흰꼬리수리, 참매, 호사비오리, 원앙, 말똥가리 등 다양한 새들의 월동지이다. 처음 보는 물체에 팔당에서 월동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고니들이 야단법석이다. 큰고니 300여 마리가 월동하는 지역을 순찰하듯이 드론이 접근하자 큰고니들이 당황하여 피하거나 자리를 뜬다. 드론은 이런 광경이 즐거운 듯 계속해서 따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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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0여 마리의 큰고니가 팔당에서 겨울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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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지만 원격조종을 하기 때문에 어디서 누가 조종하는지 알 수 없어 단속이 어려웠다. 큰고니에게 위협을 가하는 드론을 추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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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를 추적하다 갑자기 사진을 찍는 필자 앞으로 달려드는 드론,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구경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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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드론이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 카메라가 드론을 촬영하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코앞까지 다가와 희롱을 일삼아 엄청난 불쾌감이 몰려왔다. 새들도 모자라 사람까지 멋대로 촬영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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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추적으로 큰고니를 괴롭히는 드론. 큰고니 무리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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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을 찾았다. 40대 초반으로 보인다. 다가가도 눈치채지 못하고 휴대폰에 연결된 영상을 보며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었다. 팔당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계울타리를 쳐 둔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그 안에 들어가 불법으로 드론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그 자리에서 나오게끔 했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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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큰고니들이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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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남양주시 물 공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안내 현수막을 설치하였으나 법적인 근거를 대라는 드론 동호인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철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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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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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은 조류를 포함한 척추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신체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록 이 법이 동물학대에 너무 느슨하게 적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 정신에 비추어 법정호종을 보호구역에서 못살게 구는 것도 동물학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사람과 차량을 피해 강 복판으로 피신했는데, 그곳까지 드론으로 찾아가 괴롭힌다면 겨울철새는 쉴 곳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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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를 괴롭힌 드론 조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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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잘못된 행위를 명확하게 밝히고 사과를 받았다. 드론이 야생동물의 영역을 침범해 위협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드론의 사용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야생동물들은 이제 하늘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촬영이라는 명목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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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에 의해 회수된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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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의한 야생동물 피해를 막을 세부적인 규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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