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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포유동물도 자기 새끼는 왼쪽으로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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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사람과 영장류 외 포유동물들 연구 결과

바다코끼리·박쥐, ‘왼쪽 선호 경향’ 밝혀져

어미와 새끼, 왼쪽 눈 맞추기 쉽고 우뇌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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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코끼리 어미가 새끼와 얼굴을 맞댄 자세에서 왼쪽으로 새끼를 품고 있다. 안드레이 길료프/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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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대개 아기를 왼쪽 가슴에 안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오른손잡이여서 오른손을 쓰기 편하도록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정서적인 상호작용과 사회적 정보를 다루는 우뇌의 특수한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기를 왼쪽으로 안으면 엄마와 아기는 왼쪽 눈을 맞추기 쉽다. 왼쪽 눈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적 자극은 사회적인 정보를 처리하고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우뇌로 전달되어 우뇌를 자극하고 발달을 돕는다.

왼쪽 눈은 우뇌와 연결

우리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좌뇌는 언어와 수리, 논리 능력 등을 담당하고, 우뇌는 공간 지각과 예술적 창조 능력 등을 담당한다. 우뇌는 외부환경과의 상호관계를 인식하는 기능을 하는데,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 사회적 행동을 하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도 다 우뇌의 역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뇌의 작용 때문에 사람의 왼쪽 얼굴은 오른쪽 얼굴보다 더 섬세하고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양쪽 뇌 기능이 다른 것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라고 믿었었다. 그렇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인간 말고도 고릴라와 침팬지 등의 영장류 어미들도 왼쪽 눈과 우뇌를 활용하기 위해 갓 난 새끼를 왼쪽으로 안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에는 영장류가 아닌 다른 포유동물도 어미와 새끼 사이에 얼굴을 마주할 때 비슷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 최초로 밝혀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척추동물학과 안드레이 길료프 교수 등은 태평양바다코끼리와 인도날여우박쥐의 행동을 관찰해 얻은 결과를 지난 10일 발간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를 통해 발표했다.

바다코끼리와 인도날여우박쥐는 그리 흔한 동물행동 연구 대상이 아닌데, 연구팀이 이들을 선택한 이유는 어미가 새끼를 돌볼 때 마주 보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고 어미가 비교적 오랫동안 새끼를 돌보는 포유동물인 점도 이유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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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뜬 상태에서 바다코끼리 어미가 새끼를 왼쪽에 두고 있다. 안드레이 길료프/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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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추운 바다에 사는 바다코끼리는 어미가 1년 넘게 새끼를 돌본다. 연구진은 러시아 극동의 북극권에 있는 콜류친섬 인근 얕은 바다에서 바다코끼리 어미와 4~15개월 된 새끼들이 쉬고 있는 것을 관찰했다. 어미가 새끼를 마주 보며 껴안은 채 바다 위에 수직으로 떠서 쉬고 있거나, 수직으로 떠 있는 어미 옆에 수평으로 떠 있는 새끼 모습을 관찰했다. 바다코끼리 어미와 새끼가 얼굴을 마주 보며 수직으로 떠 있을 때 서로를 좌측 시야에 두는 비율이 76%였으며, 바다코끼리 새끼가 어미 곁에 수평으로 떠 있을 때 어미를 좌측 시야에 두는 경우는 82%였다.

남아시아 일대에 살면서 낮에는 높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쉬다가 밤에는 날아다니며 과일을 먹는 인도날여우박쥐는 어미가 대여섯 달 동안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돌본다. 연구진은 스리랑카에 가서 이들을 관찰했는데, 어미가 5~6개월 된 새끼를 마주 보고 껴안은 채 나무에 매달려 쉬고 있거나 젖을 물리고 있는 것 등을 관찰했다. 날여우박쥐 어미와 새끼가 얼굴을 마주 보고 쉴 때 서로를 좌측 시야에 두는 비율은 78%, 젖을 물릴 때는 58%, 나뭇가지에 나란히 매달려 있을 때 어미를 새끼의 좌측 시야에 두는 비율은 7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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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날여우박쥐의 어미는 새끼를 왼쪽에 두는 경향을 보인다. (a) 얼굴을 마주 본 자세 (b) 핥고 있는 자세 (c) 젖을 물고 있는 자세 (d) 매달려 있는 자세. 안드레이 길료프/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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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영장류가 아닌 다른 포유동물에서도 어미와 새끼가 얼굴을 마주할 때 특정한 방향의 자세를 선호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바다코끼리와 날여우박쥐 어미와 새끼가 서로 마주보는 자세를 취할 때 서로를 좌측 시야에 두는 자세의 지속 시간도 우측 시야 때보다 길었다.

우뇌는 표정과 감정을 인식하거나 사회적 학습 등 사회적인 인지 기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미와 새끼가 서로를 좌측 시야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러한 시각 정보를 우뇌로 전달하여 보다 원활하게 서로를 인식하게 한다. 서로의 우뇌가 더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공간에 각자가 위치하는 것이다.

사람에게서는 아기를 안을 때 어느 쪽으로 안을 것인지를 엄마가 결정한다. 그러한 방향성 결정이 엄마에 의해 일방적으로 내려지기 때문에 아기는 어떤 방향을 선호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포유동물의 새끼가 어미 곁에 있을 때 의식적으로 어미를 좌측 시야에 두려 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iljov A, Karenina K, Malashichev Y. 2018 Facing each other: mammal mothers and infants prefer the position favouring right hemisphere processing. Biology Letters. 14: 20170707. http://dx.doi.org/10.1098/rsbl.2017.0707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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