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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눈에 익은 일본 영화 ‘한국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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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골든 슬럼버’ ‘리틀 포레스트’ 등

한국적 정서·유머코드 버무린

리메이크 영화 올해 4편 개봉

한·일, 가족애 등 공감대 높아

일본영화 상승세 타고 흥행 기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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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가 최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영화를 잇달아 리메이크하고 있다. 공연이나 드라마 등 다른 장르에서 앞서 이어져 오던 흐름이 이젠 영화에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올해는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영화를 리메이크 한 4편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에겐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제작자에겐 ‘소재와 구성의 결핍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주는 ‘리메이크’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지 관심이 쏠린다.

■ 비교하는 재미 톡톡히 선사할 리메이크 영화들

설 연휴를 겨냥해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강동원·한효주 주연의 <골든 슬럼버>는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먼저 제작된 동명 영화(2010)가 원작이다. 평범한 택배기사가 유력 대선후보 암살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사 집’ 관계자는 “원작의 뼈대를 그대로 차용하되, 비틀스의 명곡 ‘골든 슬럼버’ 외에 고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 등을 삽입해 한국적 정서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를 바탕으로 2015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한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일본판이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 두 편인 것과 달리 한국판은 사계절을 모두 담은 한 편인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충무로 샛별 김태리·류준열이 주연을 맡았고, 경북 의성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영화사 수박’ 관계자는 “사계절의 풍광을 담기 위해 4번의 크랭크인과 4번의 크랭크업을 했다”며 “소박하고 따뜻한 정서와 ‘자급자족 슬로우 푸드’의 향연이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뒤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다시 남편과 아들 앞에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다. 이치카와 타쿠지 소설을 바탕으로 2004년 일본에서 동명영화로 만들어졌으며, 400여만명을 동원하며 멜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판은 소지섭·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인 취향에 맞는 유머코드를 더하고 에피소드도 상당 부분 변형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강동원·정우성·한효주가 주연한 김지운 감독의 에스에프 장르물 <인랑>은 일본 동명 애니메이션 영화를 리메이크한다. 원작이 패망 이후 일본의 평행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면, 한국판은 남북한이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 통일을 선포한 근 미래가 배경이다. 반통일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는 경찰 특기대, 권력기관 공안부 사이에 벌어지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다.

■ 활발해진 ‘일본영화 리메이크’, 그 이유는?

이처럼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는 근본적으로 한-일이 공유하는 ‘정서적 유사성’ 때문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작사 ‘무비락’ 김재중 대표는 “한-일은 가족애, 모성애 등 유교적 가치관이 통하는 부분이 많다. 남녀간의 사랑을 예로 들면, 서양처럼 하룻밤에 눈 맞는 속도전이 아니라 ‘10년간의 수줍고 어리숙한 사랑’에 더 공감하는 식”이라며 “전 세계 영화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미국·중국 등에서 한국영화 리메이크가 활발해진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최근 불어닥친 일본영화의 선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370만명을 동원했고, 이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47만명)도 선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2013년 상영작 219편, 관객 수 188만명(관객 점유율 0.9%)에 불과했던 일본영화는 2015년 상영작 441편, 관객 수 437만명(관객 점유율 2.0%), 지난해엔 상영작 661편, 관객 수 873만명(관객 점유율 4.0%)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정지욱 평론가는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직후 <러브레터>, <철도원> 등 작품성 있는 일본영화가 많이 수입됐다”며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일본영화를 비롯해 드라마·J-POP 등을 접한 10대가 이제 문화의 주 수요계층으로 성장해 최근의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성공 경험’은 이후 리메이크 전망을 밝힌다. 이전에도 <용의자X>, <파랑주의보>, <플라이 대디>, <방황하는 칼날> 등 리메이크가 있었지만, 흥행에 참패하거나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 한 <럭키>가 698만명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결국 리메이크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재해석’을 하느냐다. 김재중 대표는 “원작이 훌륭하고 재밌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하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원작의 뼈대 속에 한국적 요소를 잘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며 “원작의 강점과 한국적 정서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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