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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2년 더 쓰면 현금 줍니다"...철퇴 맞아도 '여전'한 통신사 '해지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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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까지 할인 혜택을 알아보셨어요?" 주부 A(45)씨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듣던 소리를 이동통신사 인터넷 서비스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들었다. A씨의 "인터넷을 해지하고 싶다"는 말에 상담원이 A씨가 기존에 사용했던 상품 가격에서 10%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A씨는 "해지하려 했지만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해지를 지연시키거나 상품권을 제시해 그냥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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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직원의 모습(기사와 무관)./연합뉴스



작년 12월 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용자의 초고속인터넷·결합상품 서비스 이용계약 해지 요청을 위 사례처럼 거부·지연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한 이동통신 4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9억4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당시 총 위반건수 1205건 중 878건(73%)을 기록해 위반정도가 심한 LG유플러스의 경우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시정명령을 받은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 결합상품 서비스 '해지방어' 행위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지방어는 통신 이용자의 약정이 만료되기 전 다른 사업자로 이동하는 것을 할인 혜택이나 상품권 제공으로 막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에 제보된 해지지연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는 466건이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수는 최소 2~3배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보 방법을 모르는 고령층 이용자들을 합치면 족히 현재 사례의 2~3배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지방어 행위로 인해 다른 이용자가 차별을 느끼는 일도 생긴다. 회사원 B(29)씨는 "나는 10년 충성고객인데 아무 혜택도 없었다"며 "그런데 친구가 해지 요청 전화 한 통으로 20만원짜리 상품권을 챙기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해지방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휴대폰 전문 커뮤니티 '뽐뿌'의 한 게시자는 "해지방어 후기를 알려주겠다"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족히 20만원 어치 상품권을 얻을 수 있다"고 해지방어 행위 악용 방법을 게재했다. 게시자는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해지방어 팀이 거의 바로 연락이 온다"며 "해지방어 팀은 '상품권이고 뭐고 줄테니 해지만 하지 말라'고 했다. 일 년 후 똑같은 방법으로 상품권을 얻어내 승리하겠다"고 했다. 글에는 동조하는 댓글이 수십 개 이상 달리며 악용 사례를 퍼나르기 바빴다. 해지방어 팀은 계약을 해지하려는 이용자를 막기 위해 이통사별로 조직된 팀이다.

문제는 해지방어 행위가 지나쳐 악용 사례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써라'가 회사의 뉘앙스니 악용을 당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지방어 행위는 이용자뿐 아니라 상담원에게도 스트레스다. 작년 1월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고등학교 여학생이 실적압박 때문에 자살하기도 했다. 당시 조사 결과, 회사 측은 해지를 원하는 이용자에게 해지 철회 요구 전화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콜센터는 73번이나 같은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전 상담원 출신 C(23)씨는 "건당 얼마의 인센티브를 얻는 구조라서 필사적으로 해지를 막는다"며 "인센티브가 최대 수백만원까지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또 우리는 파견업체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언제 해고될지 몰라 이를 악물고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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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조선DB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시정명령이 의결 후 판결문이 아직 안 나간 상태여서 제대로 된 시정조치가 안된 상태다"며 "이르면 내일(19일), 늦어도 1월 말까지는 판결문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정명령 판결문이 나온다 해도 빠른 시일 내 해지방어 행위가 고쳐질 지는 의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이통사들 간 번호이동이 감소하면서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게 해지방어 행위이기 때문에 쉽게 고쳐질지 의문이다"며 "하지만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고치기 위해 강구책을 찾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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