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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friday] "17년 만에 떴어요… 인생은 짜라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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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호영] 예능 늦둥이, 홈쇼핑까지 진출

한국의 윈프리 되고 싶어

예능 '라디오스타' 출연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로 예능계 초토화시켜

꿈 많은 끼돌이

배우 꿈꿨던 아버지 '끼' 고스란히 물려받아

어릴 때 여자 한복 입고 온갖 경조사 참석하기도

'킹키부츠'에선 모범생 역

뮤지컬 오디션 보자는 친구 말 들은 게 내 인생 가장 잘한 선택

멍석 깔아주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어디선가 춤과 노래를 하고 있을 것 같은 남자. 자신이 만든 트로트곡 제목 '인생은 짜라짜~'를 유행어로 만들고 자기 소셜 미디어에 '#자기애'라 적어놓는 남자.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의 등장에 사람들이 들썩들썩댄다. 한 달 전쯤 예능프로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하루 아침에 화제의 인물이 된 17년 차 뮤지컬 배우 김호영(35)이다.

조선일보

뮤지컬‘킹키부츠’에서 여장남자를 위한 부츠를 만드는 찰리 역을 맡은 김호영. 진지한 청년 역할이라 한참 무게를 잡다가도 특유의 에너지로 무대를 휘어잡는 아우라가 사진 밖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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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잘 모르시죠?"로 시작하며 투하하는 한 방 한 방으로 시선 장악. 채널 고정은 자동 반사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생소했던 그가 내던지는 입놀림과 몸 재간에 끝까지 다 웃지도 못하고 'KO'당한다. 무속인까지도 자신의 기로 눌러버렸다는데 무슨 더 말이 필요하겠는가. '예능 늦둥이' '뮤지컬 끼돌이'…. 각종 별명이 인터넷을 도배했지만 몇년 전만 해도 '통편집'을 당했다던 그다. 시대가 바뀐 건지, 그의 시대가 온 건지 어쨌든 '지금은 김호영 시대'다.

예능계를 초토화하며 '지금 가장 핫한 남자'가 된 그가 오는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시작하는 뮤지컬 '킹키부츠' 무대에 선다. 누가 봐도 여장 남자 롤라 역을 맡을 것 같은데도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모범생 찰리에 도전했다. 다 똑같이 생각하는 건 재미없다는 게 그의 지론. 어디든 앉기만 하면 바로 토크쇼 무대로 바꿔버리는 김호영을 연습실이 있는 서울 퇴계로 충무아트센터에서 최근 만났다. 3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 '호이컴퍼니'의 클러치를 들고 요즘 유행한다는 '청청(청재킷-청바지) 패션'에 옅은 화장을 하고 등장했다. 요즘 연습 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각종 섭외가 밀려든다더니 이날 오전엔 새벽부터 TV 홈쇼핑에서 화장품 판매 생방송을 하고 왔다 했다.

―요즘 대세로 떠올랐어요.

"나는 담담한데 주변에서 '난리 났네'라는 반응을 보여주니까 '그래? 이번 기회로 좀 잘해보자!'라고 생각해요. 저도 인간인데 그사이 조바심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늘 때가 올 것이다'는 생각은 변치 않았어요. 고비가 올 때면 언젠가 토크 쇼 나가 '사실 저도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라고 얘기할 모습을 상상하며 견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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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에서 끼가 폭발한 김호영.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발굴 예능인’으로 불렸다. / 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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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끼를 어떻게 숨겼어요?

"누가 숨겨요. 태어날 때부터 이랬는걸요? 배우, 가수, MC, 뷰티, 패션 다 좋은데 어떻게 해요. 옛날부터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되겠다'고 줄곧 외쳤어요. 제 이름을 딴 '호이쇼'를 갖는 게 또 하나의 꿈이거든요. 그 밑바탕으로 '호이스타일 매거진쇼'를 만들어 몇년간 진행해왔어요. 제 온갖 인맥을 동원해 극장에서 진행한 라이프 토크쇼예요. 잘 되든 안 되든 그게 중요한가요? 하고 싶은 거 꾸준히 하는 게 먼저였어요."

―언제부터 '남다름'을 키웠나요?

"끼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아버지도 배우 하려고 하셨다더라고요. 미스터 코리아 출신에 말로는 충무로 바닥을 누볐다던데 제가 본적은 없고. 하하. 아버지가 노주현 플러스 임채무거든요. 지금 제가 얼굴이 길어져서 그렇지 옛날엔 아버지 판박이였다니까요. 아버지가 소리도 잘하셨어요. 제가 배우 안 됐다면 소리 시키려 하셨대요. 그게 지금 트로트로 발전한 거지.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 '아빠의 청춘'이랑 '장미빛 스카프'를 잘 불렀다더라고요. 대학(동국대 연극영화과) 들어갈 때도 민요 불렀잖아요."

―극 중 찰리는 아버지 가업을 이어요. 호영씨는 어땠나요?

"가업이요? 쥐뿔 개뿔도 없어요. 가업을 이어받을 정도면 내가 왜 이거 하고 있어. 기야 아니야! 하하. 사실 전 아버지가 언론 쪽, 광고국 쪽에 계셨어요. 어릴 때 신문사도 가보고. 아버지 하는 일이 한동안 멋져 보여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건 줄 알았어요. 초등학교 3~4학년 때 아버지 일을 물려받고 싶다는 뉘앙스의 글이 있더라고요. 아들이란 게 그래요. '아니다'고 말하면서 은연중에 아버지 닮아가는 거. 자아가 성립되기 전에 모르긴 몰라도 아버지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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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진지한 청년 찰리 역할로 등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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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태왕사신기'로 드라마 문을 열었어요. 지난해 드라마 '보이스'에서 사이코패스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그 드라마에서 윤태영씨 아역으로 나와서인지 제가 아역 출신인 줄 아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어릴 땐 정말 아역 배우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극구 반대하셨어요. 성인 되면 분명 이미지 바꾸느라 힘들어질 거라고. 그 말씀에 어릴 땐 '괜히 시켜주기 싫으니까 저런다'면서 원망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아버지가 옳았어요."

―여성적인 이미지가 꺼려지지는 않나요?

"어릴 때 여자 한복을 좋아했어요. 사촌 누나 한복을 뺏어서 온갖 경조사에 그걸 입고 나갔어요. 제 얼굴이 내 여동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비주얼이었다니까요. 옷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 있는 게 나쁜 건가요? 전신 왁싱하는 건 이미 방송에 공개했고. 도전하는 걸 즐기고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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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김호영이 출연한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장면.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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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뮤지컬에서 롤라가 찰리의 인생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어요. 롤라 같은 인물이 있다면?

"옥주현씨랑 조승우씨요. 주현 누나는 2005년 뮤지컬 '아이다'를 함께했을 때 트로트 장르가 잘 맞을 것 같다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승우형은 '넌 괜찮은 배우니까 중심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힘을 줬어요. 예능 하겠다고 하니 만류하기도 했어요. '네가 너무 잘할 게 분명한데 그러면 사람들이 널 소모할 거야'라면서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요즘 '선택'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하게 돼요. 저도 어쩌면 대중에게 선택받은 거니까요. 잘했던 선택을 떠올리며 힘든 마음을 버텨내요. 처음으로 뮤지컬 오디션에 같이 가자는 친구의 손을 잡았던 게 제일 잘한 선택이고, 서른 다 된 나이에 늦었지만 군대를 갔다 온 것도 잘한 선택이었어요. 이름을 따 '호이컴퍼니'라는 말을 만들어 쓰게 된 것도 좋은 선택이에요. 호이라는 게 스페인어로 '오늘' '현재'란 뜻이잖아요. 제가 오늘만 사는 스타일이라 제 모토랑도 잘 맞는 거 같고. 호이! 제가 브랜드가 되고 싶거든요. 어떤 배우가 아니라 김호영이란 명사가 되고 싶고, '호이스럽다'가 저를 표현하는 형용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다움'을 찾아가는 게 이번 뮤지컬의 주제이기도 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되고자 하는 진짜 나는 뭘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늘 아침 홈쇼핑 생방송에 다녀왔는데, 누군가 '요즘 물올랐는데 경로를 이탈한 거 같지 않아?'라고 해요. 예전엔 '난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라고 반박했는데 이젠 '남들이 생각하는 나 또한 내 모습'이라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냥 난 버라이어티한 사람이구나 싶고요. 그 모습 자체를 인정하는 게 저 자신인 거 같아요. 어머 나 명언 남긴 거 같아."

◆ 김호영 프로필

1983 서울 출생
2002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입학
2002 뮤지컬 '렌트'로 데뷔
2006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신인상
2007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
2012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
2014~2015 호이 스타일 매거진 쇼(연출·진행)
2015 호이 컴퍼니 설립
2015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2017 OCN 드라마 '보이스' 출연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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