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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뉴스+] 치솟는 강남 집값…'수상한 자금'에 칼 빼든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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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지역 거래 전수조사 / ‘수상한 자금’ 532명 세무조사 / 증여추정 배제 기준금액 낮춰

세계일보

#1. 광주광역시에 사는 월급쟁이 A(33)씨 부부는 올해 들어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샀다. 서울 평균 근로자 급여로 30년가량은 모두 모아야 살 수 있다는 강남권 아파트를 30대의 평범한 부부가 어떻게 샀을까. 국세청이 자금 흐름을 추적해보니 결국 A씨의 본가와 처가 지원 덕분이었다. A씨는 모친과 장인·장모로부터 받은 거액의 돈으로 증여세 한 푼 내지 않은 채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장인·장모는 재형저축과 주택청약저축 자금도 매월 대납해줬다.

#2.별다른 소득이 없는 20대 후반의 B씨는 서울 강남에 10억원대 부동산을 취득했다. 국세청 조사결과 아버지 소유의 강남 고급 아파트를 매매로 취득한 것처럼 꾸미는 전형적인 편법 증여였다.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도 아버지에게서 강남 소재 아파트를 10억원에 산 것처럼 꾸몄다가 꼬리를 밟혔다. 최근 6년간 서울,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 40억원짜리 아파트와 상가를 취득한 50대 여성은 남편에게 투기 자금을 받고 증여세를 탈루해 이번에 적발됐다.

국세청이 강남권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편법 증여로 의심되는 수상한 자금출처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치솟는 강남 집값의 원흉인 투기세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공식적으로 나온 4번째 부동산 투기관련 세무조사 발표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권 등 주택가격 급등지역의 아파트 양도·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 등 탈세 혐의가 있는 532명에 대해 추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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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강남 등 가격 급등지역 아파트 취득자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세무신고 내용 등을 연계·분석하고 금융거래정보원(FIU)과 현장 정보 등 과세 인프라를 활용해 조사 대상을 압축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번 조사는 지방은 제외하고 강남권 등 서울 가격급등 지역의 고가 아파트에 집중했다”며 “강남·서초·송파·강동 4구 외에도 양천·광진 등 가격 급등지역의 거래를 전수 분석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탈세 자금으로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를 사거나 부모에게 아파트를 사는 것처럼 꾸며 사실상 증여하는 등의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고 세금 신고를 누락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불투명한 자금으로 강남 아파트 등 여러 건의 부동산을 사고 세금을 탈루한 재건축 조합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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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주택 취득 자금을 변칙적으로 증여하는 행위가 빈번하다고 보고 현장밀착형 자금 출처조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국세청장이 정하는 증여 추정 배제 기준도 주택에 대해서는 1분기 중 기준 금액을 낮추기로 했다. 국세청이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 증여 추정 배제 기준 금액을 높인 적은 있지만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 관련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1차 조사는 지난해 8월 9일 부동산 거래 탈세 혐의자 286명을 상대로 이뤄졌고, 9월 27일 2차 조사 때는 강남 재건축 취득자 등 탈세 혐의자 302명이 조사 대상에 추가됐다. 3차 조사는 지난해 11월 28일 강남 재건축 취득자, 다운계약 등 255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총 843명 중 633명에 대해서 1048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고 나머지 210명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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