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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MBC스페셜’ 양심적 병영거부 논란, ‘대체 복무제’ 대만의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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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18일 방송되는 MBC ‘MBC스페셜’에서는 ‘36,700년의 눈물’ 편이 전파를 탄다.

▲ “뜨거운 감자” 양심적 병역 거부

무술년 새해, “뜨거운 감자”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 복무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지난해 1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판결은 4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 사법계 인사들이 등용될 때마다 논란이 되어온 사안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이미 두 차례 합헌 선고를 내린 바 있지만, 2015년 공개 변론 이후 세 번째 헌법 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법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공략중 하나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 복무제 도입이었으며, 박주민 의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18년 1월 15일,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로 고통받는 당사자들과 가족들은 약 47,000여 명의 이름으로 대체 복무제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 양심적 병역 거부자, 누적 수감년도 36,700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이들은 살인과 전쟁에 반대하는 성서의 가르침을 근거로 군대를 거부한다. 1950년 이후 군대를 거부한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수감된 한국인은 19,270여 명, 그들의 형량을 모두 합하면 36,700년이 넘는 시간이다.

“2015년에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에서 한국 병역 거부자들 100명의 개인 진정에 대한 사건을 판단하면서 “병역 거부자들에게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이다.” 규약위반이라는 판단을 합니다. 이에 더해 병역 거부자들이 감옥에 있는 현실을 ‘자의적 구금’이라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자의적 구금은 가장 극심한 인권침해인데 감옥에 있는 병역 거부자들이 ‘자의적 구금’ 상태라 판단하면서, 실제로 즉각 석방하라고 이야기합니다.”

- 임재성 변호사 INT 중-

2013년 국제연합 (UN) 인권위원회는 종교와 신념 등의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수감 중인 사람은 전 세계 723명, 그중 669명, 92.5%가량이 한국인이라고 발표했다. 국제연합(UN)은 한국 정부에 수차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 여호와의 증인을 위한 특별한 감옥, 그리고 5명의 군 의문사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은 군사 정권이 들어서며 강력해졌다. 1975년 3월 9일, 부산 일대 여호와의 증인 예배당에 병무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여호와의 증인 구인과 징집은 시대적 분위기와 군사 정권의 강력한 명분 아래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논산 훈련소 헌병대 영창에는 여호와의 증인들만을 위한 특별한 감옥, ‘독거특창(獨居?倉)’이 만들어졌다. ‘독거특창’은 가로 60cm, 세로 120cm의 독방이다. 헌병이 체인벨을 누르면 수감자는 독거특창 천장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빛이 들어오게 해야 했는데, 여호와의 증인들을 재우지 않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장치였다. 당시의 ‘독거특창’을 MBC 스페셜에서 전격 공개한다.

“제가 그때 논산에서 여호와의 증인 한 명이 집총을 거부해서 죽었다는 얘기를 사실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갔는데, 중대장이 얘길 하더라고요. ‘여호와의 증인들은 살려둘 수가 없다’ 권총을 꺼내서 우리 귀에 대고 (군 복무) 할 건지 안 할 건지 얘기를 하라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할 수 없다고, 우리가 최대한 법을 준수하지만, 집총이나 이건 할 수가 없다고.”

- 강영호 / 독거특창에 수감되었던 당사자 INT 중-

2006년부터 3년 동안 진행된 ‘군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에서 의문사로 인정된 여호와의 증인은 5명이다. 군사 정권 하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빨갱이보다 못한 존재로서 고문과 탄압을 받아야만 했다. 제작진은 군의문사로 인정된 故 이춘길 씨의 가족과 목격자를 만나 당시의 끔찍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등대사(燈臺社) 사건 : 38명의 신도들이 투옥되어 해방이 되어서야 풀려났다.

1939년 일본 경찰은 한국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을 체포한다. 정부 기관이 편찬한 ‘한민족 독립운동사’에서는 이를 일제 말기의 주요한 저항 중 하나로 등대사(燈臺社) 사건이라 기록하고 있다. 반전사상 유포와 신사참배, 천왕숭배를 거부하던 여호와의 증인의 행동은 일본의 눈에는 반체제 활동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들은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처럼 일본의 가혹한 고문과 탄압을 받았다. 제작진이 만난 옥규빈 씨는 당시 체포되었던 옥지준 할아버지와 김봉녀 할머니의 손자다. 현재 1심 재판 계류 상태로, 수감될 처지에 놓여있다. 옥씨 가문은 양심적 병역 거부로 3대 째 감옥살이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2000년 대만의 대체 복무제

제작진은 2000년도부터 대체 복무제를 실시한 대만의 사례를 현지 취재했다.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은 1949년 독립 이후 징병제를 시행해왔다. 국방과 안보의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만큼 양보 없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현대의 국방력은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한 후, 국방 제도를 개편한 대표적인 국가다. 대만 역시 대체복무제 시행 초창기에는 반대의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대체근무가 현역보다 힘들다는 것이 상식이 되면서, 시행 초 1.5배 길었던 근무기간이 현역과 동일해지기까지 했다. 노인 요양시설, 소방 등 사회복지 시설에 대체 복무 인력을 투입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도록 돕고 있었다.

[사진=MBC ‘MBC스페셜’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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