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순직 소방관 희생에 마음 아파 기부 시작했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부부 회원 김종기·홍종옥 씨

매일경제

김종기 (주)산청 명예회장(80)과 부인 홍종옥 여사(73)가 기부를 시작한 건 30여 년 전이다.

소방 전문 안전장비 제조업체를 경영하다보니 소방관들이 맞닥뜨린 열악한 환경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은 "당시에는 업무상 재해를 당한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금이 미미했다"며 "1984년 순직하신 분들 자녀 장학금과 병원비 지원을 위해 6억원을 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기부금 전달과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자주 드나들다보니 도움이 필요한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자연스레 기부 대상도 넓어졌다. 이렇게 김 회장 부부가 쌓아온 기부금은 지금까지 4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더 많은 기부를 위해 40년 넘게 운영해 온 회사까지 정리했다. 김 회장 부부가 설립해 키운 산청은 방산물자인 군용 방독면과 화학보호복, 공기호흡기, 방열복 등 재난사고에 대비한 안전장비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업체다.

40년 가까이 산업·소방장비 발전에 힘써온 공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국민포상과 과학기술 훈장을 받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도 각별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의 기부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매각 대금은 약 22억원. 이 중 20억원은 서울대병원 소방공무원 의료 지원에 기부했다.

19일에는 대한적십자사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이하 아너스클럽)의 올해 첫 부부 회원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자'라는 모토가 평소 김 회장 부부의 가치관에 부합해 가입했다는 설명이다. 기부금은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위해 쓰인다.

김 회장 부부의 아너스클럽 가입식은 이날 서울시 중구 소파로 소재 대한적십자사 본사 5층 접견실에서 진행된다.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과 윤희수 사무총장이 참석해 축하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크고 작은 재난 때마다 적십자가 희망의 등불 구실을 해 온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부도 여러 사람과 함께할 때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걸 알게 돼 다른 회원들과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너스클럽은 대한적십자사가 창립 111주년을 기념해 2016년에 출범했다. 이번 김 회장 부부의 가입으로 클럽 내 부부회원은 김선향·박재규, 유중근·최창걸, 김영자·허완구 부부 등 총 6쌍이다.

지난달에는 송길자·송광자 씨가 최초 자매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출범한 지 2년도 안 돼 100억원가량 기부금이 적립됐으며 기부금은 국내 취약계층 지원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쓰일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다양한 인도주의 방안이 나올 수 있는 스타트업 공모전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