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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정리뉴스] 20~40대 '우리 민족이니까 통일' 공감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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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한 영화 중에서 <국가대표 2>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급조돼다가 해체된 후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2000년에 새롭게 구성돼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영화는 2000년 재결성된 대표팀의 이야기입니다. 배우 수애가 탈북자 출신 한국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 리지원역을 맡았습니다. 리지원은 실제 탈북자 출신으로 2003년 동계 아시안게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였던 황보영씨를 모델로 한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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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입니다.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단이라는 주장과 국익을 명분으로 그동안 피땀 흘려온 선수들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폭력적 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이 논란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과거와 달리 단일팀을 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게 차가워졌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단일팀을 구성했던 탁구나 축구에 대한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변화는 통일연구원이 내놓은 ‘2017 남북통합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17년 3월21일부터 4월14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1 개별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통일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보고서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데요, 핵심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참고자료 ▶ '2017 남북통합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 20~40대, 민족 정체성 기반 통일 논리에 공감 안 해

우선 통일에 대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전년도보다 낮아졌습니다. 2017년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57.8%였습니다. 이는 2016년(62.1%)보다 4.3%포인트, 2014년(69.3%)에 비해서는 11.5%포인트 낮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연령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았습니다. 다만 20대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28.8%에 그쳐,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걸까요? ‘남북한이 전쟁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7년 조사에서 ‘평화적 분단’에 찬성한 사람들의 비율은 46.1%로, 2016년과 비교해 2.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평화적 분단 고착에 찬성하는 비율은 20대가 59.4%로 가장 높았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연령에 따른 차이에 주목합니다. 20대, 30대, 40대의 경우 단일민족-단일국가 논리에 긍정하는 비율이 부정하는 비율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20~40대가 민족정체성에 기반한 통일 논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본 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라면서 “특히 20~40대가 단일민족-단일국가 논리에 명시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표명한 것은 통일의 명분에 대해 정부와 학계 차원에서 전반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 ‘내가 못살게 된다면 통일을 할 필요는 없다’가 압도적

개개인의 삶에서 통일의 의미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내 생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58.6%였습니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가 많은 희생을 하더라도 통일을 추구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6%만이 동의했습니다. 이는 전년도보다 8.3%포인트 감소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적인 경제적 부담을 지더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11.2%만이 동의했습니다. “자신이 다소 못살게 되면서까지 통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개인 차원의 통일 비용 부담에서는 이념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통일 비용 개인 부담에 대해 긍정적인 비율은 보수 11.2%, 중도 11.3%, 진보 11.1%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통일비용에 따른 세금인상에 찬성하는 사람도 응답자의 16.5%에 불과했습니다.

■ ‘통일 생각하면 기분 좋다’ 22.6%에 불과

‘통일을 떠올리면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고 대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22.6%에 불과했습니다. 20대는 13.1%, 30대는 14.6%, 40대는 16.9%에 그쳤습니다. 기분이 평안해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3.2%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습니다. 통일의 당위성이나 통일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남북 단일팀의 성공을 소재로 한 <코리아>(2012) 같은 영화를 다시 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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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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