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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상톡톡 플러스] 가벼운 음주, 건강에 이롭다?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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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회식 때만 되면 왜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건전하고 즐거운 음주문화는 딴 나라 얘기냐. 다들 건강 챙기는 한 해 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B씨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면 몰라도 최소한 안 마시겠다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권하지 마라"며 "제발 금주나 절주했으면 한다. 술은 육체와 정신 모두를 파괴한다"고 강조했다.

C씨는 "몸에 안 좋은 술은 그렇게 마시면서 초미세량의 위험물질이 섞인 달걀에 그렇게 호들갑 떨었냐"며 "미국산 소고기, 달걀보다 술이 몸에 더 안 좋다. 담배는 이것보다 10배, 100배는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D씨는 "맨날 말로만 선진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회식문화 정말 문제 많다"며 "회식문화 이젠 달라져야 한다. 술 강요하는 상사가 제일 싫다"고 토로했다.

E씨는 "와인이나 막걸리 등 가벼운 술 정말 어쩌다 한잔이면 모를까 소주 등 도수 높은 술은 몸에도 안 좋고 정신도 흐리게 만든다"며 "주변에 주당들 보면 나이 먹어 폭삭 늙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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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2잔의 비교적 가벼운 음주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국내 성인 2000만명을 대상으로 한 5년간의 추적연구를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특히 대표적인 소화기암인 식도암의 경우 소량의 음주에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최대 1.5배까지 상승했다.

이는 술을 조금씩 마시는 '절주(節酒)'보다는 아예 '금주(禁酒)'하는 게 암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소주 1~2잔, 암 발생 위험 최대 1.5배 높인다

최윤진·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20세 이상 성인 2332만3730명을 대상으로 약 5년5개월에 걸쳐 음주량과 소화기계 암(식도암·위암·대장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1회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자 △가벼운 음주자(하루 알코올 30g 미만 섭취) △과음자(하루 알코올 30g 이상 섭취)로 구분했다. 알코올 30g은 알코올 함량 20%의 소주로 치면 적게는 1∼2잔, 많게는 2∼3잔에 해당한다. 그 결과 가벼운 음주자가 38.8%로 과음자(7.7%)보다 많았다. 비음주자는 53.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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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따르면 5년5개월의 추적관찰 기간에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식도암 9171명, 위암 13만5382명, 대장암 15만4970명이 각각 발생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가벼운 음주자 그룹이 비음주자 그룹보다 모든 비교 대상 암 발생 위험이 컸다는 것이다. 관찰 기간에 가벼운 음주자 그룹의 식도암 발생 위험은 비음주자보다 50%나 상승했으며, 대장암과 위암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각각 12%, 5% 높았다.

음주와 소화기계 암 발생의 이런 연관성은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10g(소주 1잔) 미만으로 극소량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경우 위험도는 식도암이 20%, 위암·대장암이 각 8%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소 과음하는 사람은 식도암, 위암, 대장암 발생 위험이 비음주자보다 각각 3.1배, 위암 1.2배, 1.3배 높았다.

음주와 상관성이 가장 큰 식도암은 흡연까지 더해지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흡연자이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비흡연자이면서 비음주자인 경우보다 식도암 발생 위험이 최대 5.6배에 달했다.

저체중이면서 가벼운 음주를 하는 경우에도 정상체중이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식도암 발생위험이 5배 증가했다.

◆가벼운 음주도 건강에 해로워…알코올 분해효소 적은 한국인 더 위험할 수도

관찰 기간을 2년 단위로 나눠봤을 때 2년 전 비음주자였다가 음주자가 된 사람은 비음주자로 남아있는 사람보다 식도암, 위암, 대장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현상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그동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가벼운 음주'의 위해성을 2000만명이 넘는 한국인 고유 데이터로 확인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소화기암 예방 차원에서라도 절주보다는 금주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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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진 교수는 "1~2잔의 음주가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벼운 음주가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연구는 주로 서양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유전자군이 많은 한국인에게는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최근호에 발표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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