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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법원 공개변론] 1주 노동시간은 52시간? 68시간?… 근로자 vs 사측 첨예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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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측 “휴식 보장 위해 필요, 일자리 창출 효과 있을 것”

-사측 “추가 임금 부담 7조, 판결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위험성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휴일근로를 제한하는 것은 24시간의 연속적인 휴식과 가족생활권, 여가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는 다릅니다. 1주 40시간을 넘는 연장근로에 수당을 가산지급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근로자측).”

“대다수 기업은 휴일근로에 대해 연장근로 수당을 가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유권해석을 신뢰하고 경제활동을 해왔습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너무 큰 문제인 만큼 입법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합니다(사측).”

헤럴드경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18일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소송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기도 한 이날 양측 공방은 한국정책방송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연장근로 시간에 대해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근로기준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 50조는 ‘1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했다. 이 40시간은 노사 합의에 따라 5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여기서 ‘1주’를 평일로만 해석하면 휴일 근무는 ‘연장근로’가 아니고, 일을 시킬 수 있는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 68시간이 된다.

소송을 낸 성남시 청소근로자를 대리하고 있는 양제상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야근)는 근로시간을 양적인 면에서 통제하는 것이라면, 휴일근로는 원래 없는 근로 시간을 질적인 측면에서 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하는 연장근로는 야근수당으로 보상을 하라는 것이지만, 휴일근로수당을 주도록 규정한 것은 쉬는 날 일을 시키지 말라는 취지이므로 입법 목적이 다르고, 일요일에 나와 일을 하면서 한 주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으면 당연히 수당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중복해서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성남시를 대리하고 있는 조영찬 변호사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와 구분되지만, 휴일에 일하면 그 가산수당만 지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1주’는 7일이 아닌 평이로 해석해야 하고, 휴일근무는 연장근로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렇게 따지면 사용자는 휴일 근로는 평일 근무시간 제한과 별개로 일을 더 시킬 수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경영자 다수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법리 뿐만 아니라 기존 관행과 달리 휴일 수당과 연장 근로 수당을 중복 지급할 경우 생길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노동자 측 장석우 변호사는 “(휴일 근로를 억제하면) 13만 개에서 1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그만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휴일에 연장근로수당을 중복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휴일근로를 억제하도록 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며 “그동안 문제제기가 오랫동안 돼 온 만큼 기업이 이를 대비할 시간도 충분해 소급해서 임금을 청구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성남시 측 참고인으로 나선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휴일에 일을 시키는 건 기업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건설업의 경우 야간 근로가 위험해 불가피하게 휴일에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정유나 화학업계에선 짧은 기간에 설비를 재정비해야 하는 업무 특성이 있어 1년에 노동량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 특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사용자 측은 휴일 가산수당 중복지급을 대법원이 인정할 경우 기업이 7조원이 넘는 임금 부담을 져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방청객들과 생중계를 시청한 국민이 이 사건에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내포됐다는 점을 잘 알게 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오늘 변론에서 전개된 내용과 그동안 제출된 자료를 종합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고일은 대법관들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송을 낸 성남시 청소 근로자 강모 씨 등은 주말에 일을 시켰다면 휴일근로수당인 통상임금 150%와 별도로 연장근로수당 50%를 중복가산해 총 200%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성남시는 휴일근로수당을 가산한 150%만 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법원에서는 같은 쟁점이 들어간 사건이 22 계류 중이다. 성남시 사건을 통해 선례를 만들면 결과에 따라 근로자의 노동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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