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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휴일 일하면 평일의 1.5배받나 2배받나…10년만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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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수당 1.5배VS2배…공개변론

1주 근로시간, 52시간 vs 68시간

토론식 진행…판결은 3~4월 전망

여야 근로시간 단축 논의와 직결

“법으로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휴일에 일하는 건 휴일근로로만 보면 됩니다.”(피고 측 최유라 변호사)

“아닙니다. 법정 근무시간(40시간)을 초과해 휴일근무를 할 경우, 휴일수당에 더해 연장근무수당도 받아야 합니다.” (원고측 김건우 변호사)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방청석 180자리가 가득 찼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휴일근무에 대해 휴일 및 연장근로 중복 할증(50%+50%)을 적용해 평일 임금의 2배를 지급해야 하는지를 가리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환경미화원 강모씨 등 37명이 경기도 성남시를 상대로 낸 실제 임금청구소송이다.

중앙일보

한국노총이 1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휴일연장근로의 상식적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대법원은 18일 휴일연장근로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의 사건 내용 및 쟁점 설명을 시작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요지는 이렇다.

당시 미화원들은 1일 8시간씩 주 5일제로 일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각각 4시간씩 추가 근무를 했다. 시는 주말근무에 대해 휴일근로 가산만 적용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했다. 이에 미화원들은 휴일근로 가산과 함께 연장근로 가산도 적용해 통상임금의 2배를 달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 가산을 중복해 적용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 2심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중복되는 경우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에 대한 각 가산임금을 중복해 지급해야 한다”며 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일보

대법원이 10년 가까이 진행해 온 ‘휴일근로의 연장근로수당 중복 할증’ 사건에 대해 오는 3~4월 최종 판단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미화원 측은 근로기준법의 '1주'는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기준 근로시간 이외의 더 일한 것을 의미하는 연장근로에는 당연히 휴일근로도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공휴일이나 주말에 일하는 것은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기도 하므로 2배의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신(주심) 대법관=“(미화원 측 주장대로) 보통 1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 7일로 보는 게 통상적이지 않나요.”

피고(성남시) 측 변호사=“실제 근무할 수 있는 날은 6일 이하입니다.”

성남시 측 변호사 주장은 근로기준법에 나온 '1주간'은 휴일을 제외한 평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와 따로 구별해 보호하는 게 근로기준법의 취지라는 논리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휴일이나 주말에 일한 것은 연장근로와는 별개의 근로가 되고, 따라서 2배로 중복가산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한주의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인지, 68시간인지도 쟁점이 됐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노사 간 합의에 의해 1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이때 1주간에 휴일이 포함되면 근로시간 한도는 주중 40시간에 주말 12시간을 합한 52시간이 되며, 휴일근로가 연장근로가 된다.

반면 1주간에 휴일을 제외하면 주중 52시간에 주말 하루 8시간씩 16시간을 더한 최대 68시간의 근무가 가능하다. 이 경우 휴일근로는 평일 근로와 구별될 뿐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대법관은 “1953년 1주일 근로시간이 48시간이었고 최대근로시간이 68시간이었는데, 현재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줄었지만 연장근로 12시간에 토요일 일요일 8시간씩 일할 수 있게 되면 68시간을 일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불합리한 것이 아니냐”고 성남시 측에 질문했다. 그러자 피고(성남시) 측 대리인은 "유급휴일이 늘어나면서 근로시간이 늘어난 것이고, 총량 규제는 휴일근무 금지 등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며 공개변론을 마쳤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9월 전합에 회부된 후 다섯 차례 심리를 거쳤고 김 대법원장 취임 후 공개변론이 결정됐다. 선고는 변론 종결 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최종토론을 거쳐 2~3개월 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 근로의 중복 할증 여부는 현재 여야가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과 직결된 문제로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노동계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의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주68→52시간)과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여야는 1주를 7일로 규정해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휴일 근무 중복 할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휴일 근무는 휴일 근로이자 연장 근로에 해당해 중복 할증(50+50%)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은 현행처럼 50%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근로기준법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 행정 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존 행정 해석을 폐기할 뜻을 내비쳤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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