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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럼프, 韓 세탁기 덤핑 판매 쓴소리…삼성·LG "묘안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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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美 세탁기 공장 조기 가동...동남아 공장 부품이 문제
LG, FTA 적용받는 창원 공장 물량 늘리는 것도 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사실상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예고한 것이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미국 세탁기 공장 조기 가동, 비관세 생산 물량 증대 등의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두 대응방안 모두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확실한 카드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1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1시간 가량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산업을 파괴하며 미국에 세탁기를 덤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일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안을 검토해 한국 기업이 생산한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지. / 조선 DB


ITC는 한국기업이 수출하는 가정용 세탁기 연간 120만대 및 특정 부품 5만개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 ▲첫 해 50% ▲2년차 45% ▲3년차 40% 등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권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세탁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예상보다 약 2개월 이른 시점에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공장은 연간 100만대 규모의 세탁기를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공장의 가동·준공을 앞당긴 것만으로는 미국의 관세 조치를 피할 수 없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세탁기라고 하더라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부품을 쓰지 않으면 관세 대상이 된다. ITC 권고안에 따르면, 특정 부품 5만개 초과한 한국기업의 세탁기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한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부품을 태국·베트남 등에서 조달한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부품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관세 부과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면서 “관세 부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품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대미 수출용 세탁기를 국내에서 일부 생산하고 있다. 한미 FTA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와 부품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베트남·태국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에 비해 LG전자의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LG전자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LG전자 대미 세탁기 수출 물량의 20% 수준인 20만~30만대에 불과하다. 창원공장의 물량을 대미 수출용으로 돌리면, 내수 공급 물량이 줄어 국내 판매 실적이 떨어진다. 창원 공장의 세탁기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 신공장 가동은 삼성전자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 미국 공장 가동 시점 전까지 창원 공장 생산능력 증대 외에 또 다른 비책이 필요하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미국 테네시주 신공장 가동 시점을 2019년 상반기에서 2018년 4분기 중으로 앞당겼고, 준공 과정에서 세탁기 부품의 미국 현지 조달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라며 “관세 부과 조치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IT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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