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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스&분석] 'MB측근' 김희중 이어 장석명이 스모킹 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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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승부 선택한 MB, 측근이 발목 잡는 딜레마에 빠져…

아시아경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조사 등 자신을 둘러싼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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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일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걸었다.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의 불씨를 지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는 측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불리한 증언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측근 관리에 실패한 이 전 대통령이 결국 믿었던 측근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때 이 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한 측근들의 결정적인 증언들이 결국 이 전 대통령을 옥죄는 ‘스모킹 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김희중 전 부속실장
이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성명을 연상케 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결정적인 계기는 김희중 전 실장의 진술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이다.

정 전 의원은 17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키맨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아닌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자금관리를 도맡아 왔다. 이 전 대통령의 돈이 김백관이 아닌 김희중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랫동안 이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특활비를 달러로 바꿔 해외출장 때 이 전 대통령은 물론 김윤옥 여사에게까지 전달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등 뒤에서 칼을 맞은 셈이다.

김 전 실장이 주군인 이 전 대통령을 배신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 전 실장은 그해 7월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전 회장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1년 3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기대하면서 항소를 포기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한달 전 마지막 특사 카드를 꺼냈다. 정치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사면됐다.

내심 사면에 포함될 것을 기대했던 김 선 실장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김 전 실장은 형을 다 마치고 출소했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원망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원인은 김 전 실장 아내의 죽음이다. 만기 출소를 한달 정도 남긴 상황에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귀휴를 받아 장례식장을 지켰지만 한때 고락을 같이 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조문은 한 명도 없었다. 주군인 이 전 대통령의 조화도 없었다.

김 전 실장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당시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의 말에 의하면 김 전 실장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슬픔 못지않게 주군의 배신에 대한 분노로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의 횡령에 대해 개인비리라고 선을 긋고 확실하게 거리를 뒀다. 비슷한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부의장과 최 전 위원장은 사면을 시켜줬지만 끝내 김 전 실장은 외면했다. 이유야 어떻든 측근 관리를 실패한 결과가 지금 와서 이 전 대통령의 발등을 찍은 상황이다.

◆다음 차례는 장석명 전 비서관?
국정원의 특활비 전용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연결된다. 두 사안이 한 몸통인 셈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검찰이 이미 두 차례 손을 대기는 했지만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2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당사자인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은 당시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관봉(도장이 찍힌 채 가로·세로 띠지로 봉인된 돈다발)으로 5000만원을 줬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청와대의 진상 은폐 시도와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의 윗선 개입 여부를 들여다보지 못했다. 의혹만 남긴 채 사건은 흐지부지 묻혔다. 3수에 나선 검찰은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에 사용된 자금 출처를 캐내기 위해 다시 칼을 갈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전용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기 때문이다.

장 전 주무관이 지목한 장 전 비서관은 누구일까. 그는 서울시 정책기획관을 거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실세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잠시 미국으로 몸을 피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도 장 전 비서관을 지목했다. 당초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류 전 관리관은 2011년 초 작고한 장인으로부터 받아 보관한 돈이 출처라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검찰에 출두한 류 전 관리관은 장 전 비서관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관봉 5000만원의 뭉칫돈을 전달한 ‘키맨’은 장 전 비서관이고 자금의 출처는 국정원의 특활비였다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장 전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이후 검찰은 관봉의 전달 과정에서 김진모 전 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17일 구속했다.

김 전 비서관은 당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 전 주무관을 국정원이 지원한 특활비 5천만원으로 '입막음'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비서관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지낸 검사장 출신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도 대학 및 사법연수원 동기로 가깝다.

김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민간인 사찰 관련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뇌물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름으로 보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던 장 전 비서관의 입이 열리고 김 전 비서관의 구속으로 이어졌다는 정황이 가능하다. 관봉 5000만원이 국정원에서 김진모, 장석명, 류충렬을 거쳐 장진수로 전달되는 정황도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장석명과 김진모는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실의 핵심 실세였다는 점이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민정수석실의 두 실세가 권 전 장관의 묵인이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장 전 비서관의 진술이 권 전 장관을 향하고 결국은 이 전 대통령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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