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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늦게 나오고 일찍 퇴근하세요" 삼성전자의 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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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 52시간 도전, 비효율 근무시간 없애고 휴가 독려하는 문화 조성…직무 성격 반영한 세밀한 법시행도 '필요']

머니투데이

삼성 서초사옥 입구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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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직원들의 근태 입력 시스템을 개편해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 준수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예행연습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부터 국내 전직원을 대상으로 근태 입력 시스템을 개편해 시행 중이다. 스스로의 주당 근무시간을 분단위까지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과거 시스템 대비 달라진 점이다.

과거에는 5시간, 혹은 10시간 등 대략적인 시간 단위로만 볼 수 있었고 세밀한 근무시간은 개개인이 수기로 기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이제는 출입카드를 통해 건물 출입시간이 자동으로 입력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근무시간 계산 및 확인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컬처혁신(문화혁신) 일환으로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지키면 자율적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오고 있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이미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주당 근로시간 단축을 권고하는 등 새 제도 시행에 대비해왔다.

다만 과거에는 권고수준에 그쳤다면 올 초부터는 인사팀에서 새 근태 시스템을 근거로, 전 사업부의 그룹장 또는 팀장을 대상으로 팀원들의 근무시간을 보다 타이트하게 관리토록 해 이를 지키지 않으면 관리자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일부 부서는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등 점심시간(1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일 근무시간이 10시간을 넘는 적이 많았다. 정상 근무 외 야근이나 휴일근무까지 고려하면 주 52시간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셈. 이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올 하반기에 예상대로 근로시간 단축제가 시행되고 이를 어기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가 고발되는 등 회사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임직원 수만 10만 명에 달하는 등 거대 조직이다. 법이 개정되면 어떤 식으로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스스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올 초 각 사업부의 책임자급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라'고 종종 이야기한다"며 "우스개 섞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만큼 앞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효율적으로 근무하는 문화를 만들어 준수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한편 직무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우선 비효율적 근무시간을 없애고 휴가 권리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 조성에는 찬성한다는 반응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이번 시스템 개편을 통해 연초에 연간 휴가계획을 신청하고 결재받는 방식이 유연하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계획이 달라질 때마다 부서장의 승인 결재를 새로 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신규 신청이 아닌 경우라면 결재 없이도 변경이 가능해졌다.

이에 반해 R&D(연구개발) 조직에서의 우려 목소리는 크다. 대기업의 경우 매년 출시되는 고정 신제품이 있기 마련인데 출시에 임박해 개발진의 추가근무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어느 한 주라도 52시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현행 예고 법안 대신, 6개월 등 일정 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 내 평균 주당 근무 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탄력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직과 사무직, 연구직 등 직종에 따라 근무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법시행에 세밀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이해 근무의 개념이 세분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과거의 기준이나 잣대를 그대로 쓰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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