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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천참사 한달] ① 소방 지휘부로 번지는 책임론…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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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소홀 책임 건물주·화근 된 발화지점 작업 관리인 구속

소방대 초동 대처 부실 논란 수사…"목숨 걸었는데 자괴감" 반발

(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는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화재 참사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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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가 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조사 결과 제천 참사는 허술한 건물 안전관리와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로 드러났다.

건물 안전관리자의 의무를 소홀히 한 건물주와 직원들은 법의 심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 수사는 이제 초동 대응 부실 논란을 빚고 있는 소방 지휘부로 향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와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달 21일 오후 3시 48분께 발생한 제천 '노블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의 원인은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온등의 축열(과열) 또는 전선의 절연 파괴로 인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시작된 불은 주차장 내 차량 15대와 외부 차량 1대 등 16대에 동시다발적으로 옮겨붙었다. 필로티 건물의 취약한 구조로 인해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난지 불과 4∼5분 만에 화염과 유독 가스가 건물 모든 층으로 번졌다.

이 불로 건물 안에 있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또 20억3천5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경찰은 건물 관리를 소홀히 해 피해를 키운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53)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축법 위반,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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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건물주 이모(오른쪽·53)씨와 건물관리인 김모(50)씨



화재 당시 밸브가 차단돼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잠금 상태로 꽉 닫혀 있던 배연창은 연기 배출을 가로막아 희생자들의 질식사로 이어졌다.

가장 많은 희생자(20명)가 난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는 통로가 선반으로 가로막혀 무용지물이었다.

안전관리 책임자인 건물주 이씨의 관리 부실이 가져온 결과였다.

화재 발생과 직접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관리인 김모(51)씨도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얼음을 녹이는 작업을 마친 뒤 50분 만에 불이 시작됐다. 경찰은 김씨가 작업 중 열선을 건드린 것이 화근이 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실화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와 함께 작업한 관리부장 김모(66)씨는 관여도 등을 따져 구속 수사만은 면했다.

조사 과정에서 불이 난 건물을 불법 증축한 사실이 드러난 전(前) 건물주 박모(58)씨와 건물 경매 과정에서 허위로 유치권을 행사해 공정한 경매 업무를 방해한 박씨의 지인(59)도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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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관련 충북소방상황실 압수수색



경찰은 최초 화재 신고자인 스포츠센터 1층 카운터 직원과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일한 세신사가 소방기본법상 구호 및 진화 활동 의무를 위반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화재 건물 관계인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칼날은 화재 진화 및 인명 구조 늑장대처 의혹을 받는 소방 지휘관들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 첫 신고 접수 이후 제천소방서 선착대는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구조대가 20명이나 숨진 2층 여성 사우나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점은 3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33분이다.

유족들은 2층 여성 사우나로 신속하게 진입해 구조에 나섰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 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이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 11일 소방합동조사단이 최종 조사결과를 통해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 지시를 내렸어야 할 현장 지휘관들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경찰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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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수사 촉구서 전달하는 유족



경찰은 지난 12일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3일 뒤 충북소방본부와 제천소방서 등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소방대원들은 아니더라도 현장 지휘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직무 유기 등의 혐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일단 압수 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소방 지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와 초동 대처 실패가 대형 인명 피해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관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참사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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