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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양극화 심화는 통계 착시? 소득불평등, 2010년 이후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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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년 교수 논문, 기존 연구결과 뒤집어

상위 10%보다 하위 50% 소득 빠르게 증가

상위 1% 소득비중 최근 6년간7.44→7.13%

중앙일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은 통계 오류에서 비롯한 착각일까. 소득불평등이 2010년 이후 오히려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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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창출과 격차 해소에 주력해 양극화 해소의 큰 전환점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인사회에서 밝힌 올해의 정책 목표는 양극화 해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 초청 만찬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양극화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그리고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는 2010년을 기점으로 근로소득의 불평등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낙성대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한국의 장기통계』 발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국의 소득집중도:업데이트 1933-2016’ 논문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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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김낙년 교수 '한국의 소득집중도:업데이트 193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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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소득계층별로 전체 근로소득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국세청 국세통계 연보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상위 1%(2016년 기준 연소득 1억4253만원 이상) 근로자가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2010년 7.44%에 달했지만 이후 해마다 낮아져 2016년엔 7.13%로 떨어졌다. 이렇게 하락세가 몇 년간 계속 이어진 건 1995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과거엔 상위 1% 소득비중이 전년보다 일시적으로 하락한 적은 있지만 바로 이듬해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곤 했다.

상위 1%의 최상위층만 소득비중이 줄어든 게 아니다. 소득 10분위(상위 0~10%), 9분위(상위 10~20%), 8분위(상위 20~30%)도 마찬가지로 2010년 이후 해마다 소득비중이 줄었다. 예컨대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3.88%에서 2016년 32.01%로 떨어졌다.

반면 하위계층은 소득비중이 증가했다. 하위 50%가 전체 근로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6.1%였지만 2016년엔 19%까지 늘어났다. 김낙년 교수는 “그동안 계속 악화하던 근로소득 불평등이 2010년 이후 개선되는 방향으로 돌아선 건 주목할만한 일”이라며 “하위 50% 근로자의 소득이 상위 10%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왜 하위 50%가 다른 계층보다 소득이 빠르게 늘고 있는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파트타이머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하위 소득자가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임금 수준이 올랐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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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김낙년 교수 '한국의 소득집중도:업데이트 193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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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년 교수는 지난 201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1979~2010년 기간의 상위계층 소득 집중도를 분석해 주목 받았던 학자다. 당시엔 2000년대 들어 상위 1%의 소득 쏠림이 집중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진보진영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하지만 그가 2016년까지로 업데이트한 이번 연구 결과는 2010년 이후 흐름이 뒤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통념이나 연구 결과와는 배치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낸 ‘2015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 보고서에선 상위 1%의 소득집중도가 해마다 상승해 2009년 7.5%에서 2015년 8.2%로 상승했다고 결론을 냈다. 소득 불평등의 추세가 여전하다는 해석이었다.

이번 연구가 기존과 정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은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의 문제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기존 연구에선 상위 1% 소득집중도를 계산할 때 분자(상위 1% 근로소득)는 국세청 통계, 분모(전체 근로소득)는 한국은행 국민계정의 ‘임금 및 급여’ 통계를 써왔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는 국세청 근로소득보다 더 포괄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득세를 내지 않는 가사도우미 등은 국세청은 포착할 수 없지만 한은 국민계정은 이를 포괄한다.

2009년까지는 한은의 ‘임금 및 급여’ 수치가 국세청의 총 근로소득보다 5%가량 많았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거꾸로 한은 수치가 국세청보다 낮아져 최근엔 5%나 적다. 2010년 이후 한은 국민계정에서 임금 및 급의 증가율은 이와 비슷한 국세청이나 고용부의 다른 통계와 비교할 때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 국민계정 통계를 이용해 계산하면 상위 1%의 소득집중도가 2010년 이후에도 꾸준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은 국민계정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 소득비중은 2010년 7.39%에서 2016년 7.67%로 높아진다. 같은 기간 국세청 통계를 기준으로 한 결과(7.44→7.13%)와는 추세가 정 반대다. 하지만 둘 중엔 국세청 통계 자료를 더 신뢰할 수밖에 없다. 김낙년 교수는 "국세청 자료는 전수조사이기 때문에 추계된 것보다는 실태에 가깝다"며 "분모와 분자를 국세청 자료로 통일하는 것이 더 일관성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부자 증세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한국은행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세청의 근로소득과 국민계정의 임금 및 급여는 작성기준이 다르다"며 "국민계정에서는 임금통계, 고용통계, 국세청 자료 등 기초자료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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