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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더,오래] 두얼굴의 함박눈, 내릴 땐 낭만 쌓이면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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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 속 폭설로 사건사고 잇따라

제주공항은 발 묶인 승객들의 임시숙소

노년기 낙상사고는 치명적, 조심해야

성태원의 날씨이야기(12)
중앙일보

10일 오전 서울 경기.강원 영서와 산간 지역에 대설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은 4cm, 강원 영서에는 최고 10cm의 눈이 내렸다. 경복궁 수문장 연기자들이 경복궁 마당에서 눈을 치우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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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7~13일) 이번 겨울 최강 한파가 몰려왔다. 경기 북부와 강원도 일대에는 영하 20℃ 안팎의 ‘냉동고 추위’가 밀어닥쳐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대설특보가 내려졌던 충청, 전라, 제주 일대는 폭설로 큰 피해를 보았다.

한파·얼음·눈 등 소위 ‘겨울 기상 3총사’ 중 한파와 얼음은 춥고 삭막해서 왠지 피하고 싶어진다. 그에 비해 눈(雪)은 설해(雪害)와 함께 낭만과 추억도 선사하는 두 얼굴의 기상 현상이라 상대적으로 친근감이 간다.

그래서 눈과 관련된 이야기가 유독 많다. 무엇보다 눈은 낭만과 설렘, 추억의 대명사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오는 눈은 연인들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이 된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은 사람들에게 갖가지 추억을 남기고 그들의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눈 발자국 때문에 붙잡힌 도둑
최근 지붕에 남긴 눈 발자국 때문에 붙잡힌 도둑 얘기를 듣노라면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된다. 광주광역시 동부경찰서는 철물점에 침입해 2000만 원을 훔친 혐의(절도)로 S(39) 씨에 대해 1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자가 장판 밑에 보관했던 그 돈은 자녀의 유학 자금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침입할 때 남긴 옥상의 눈 발자국을 역추적해 검거에 성공했다. 사건 당시인 11일 오후 9시쯤 광주 일대엔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18㎝가량의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 CCTV 없는 가게를 골라 털었는데도 눈 발자국이 화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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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지붕위에 남긴 발자국(붉은원). [광주 동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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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설해로 우리에게 걱정거리도 많이 남긴다. 눈 온 날 기온이 급강하해 도로가 빙판이 되면 은퇴기, 노년기 사람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낙상사고가 빈발한다. 도로 곳곳이 얼어붙어 자동차 사고가 줄지어 일어나고 눈사태로 집과 도로가 묻히기도 한다. 농촌에선 비닐하우스나 축사가 눈 무게를 못 이겨 폭삭 내려앉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주 전남의 한 농가에선 눈 폭탄으로 양계장 축사가 무너져 1만5000여 마리의 어린 닭이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공항은 며칠 동안 발이 묶인 승객들의 임시 숙소가 되고 말았다. 지리산, 덕유산의 등산로는 폭설로 폐쇄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2월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져 7명이 죽거나 다친 사고의 책임을 물어 해당 시공·기술 건축사에게 10억 원의 배상판결이 내려진 뉴스가 14일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울산지방법원은 울산 북구 자동차부품 업체인 세진글라스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1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14년 2월 17일 오후 9시께 일어났던 경북 경주 양남면 신대리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대형 붕괴 사고를 상기시켜준다. 폭설로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부산외대 신입생 등 10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친 큰 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체육관 지붕을 습설(濕雪)이 뒤덮고 있었는데, 체육관을 폭삭 내려앉게 했다며 가공할만한 습설의 위력이 새삼 화제가 됐다. 습설 무게는 180t에서 200t까지로 추정됐다. 지붕 위 습설 무게를 빗댄 표현도 여럿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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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현장.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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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 트럭 36대(180t)’ ‘1t 전봇대 180개(180t)’ ‘15t 대형 덤프트럭 13대(200t)’ 등등. 180t 정도로 추산한 근거는 이렇다. 지붕 면적 1200㎡, 적설량 50㎝, ㎡당 습설 무게 150㎏을 적용해서 계산했다. 200t은 적설량이나 ㎡당 습설 무게를 더 본 경우다.

건설(乾雪)과 습설(濕雪)
눈은 습기에 따라 습설과 건설(乾雪)로 나뉜다. 습설은 대개 기온이 영하 1℃~영상 1℃ 사이일 때 내리는데 함박눈이 대표적이며 2~3월에 많이 온다. 반면 싸락눈 같은 건설은 대기가 건조하고 기온이 영하 10℃ 아래로 떨어질 때 내린다.

같은 눈이라도 습설의 무게는 조건에 따라 건설의 몇 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대개 눈이 20㎝ 정도 쌓이면 비닐하우스가 붕괴하고, 1m가량 쌓이면 슬레이트 지붕이 무너지기도 한다.

눈은 대기 중의 구름에서 만들어져 지상으로 떨어지는 얼음 결정체다. 내리는 중 기온이 높아져 녹으면 비가 된다. 여름철 비 예보보다 겨울철 눈 예보가 더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개 적설 1㎝에 해당하는 강수량은 그 10분의 1인 1㎜ 정도다. 적설량은 눈의 깊이를 표시하기 위해 강수량 단위(㎜)와 달리 ㎝ 단위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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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지방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10일 대전의 한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에 흰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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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결정인 눈은 판 모양, 각기둥 모양, 바늘 모양, 불규칙한 모양 등인데 형태별로 가루눈, 싸락눈, 함박눈, 진눈깨비 등으로 나뉜다. 대개 육각형이며 크기는 2mm 정도다. 눈 결정이 여럿 합쳐지면 크기 1cm 정도의 눈송이가 된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눈이다.

적설량 5cm 이상 대설특보
한편 기상청이 발령하는 대설특보에는 두 가지가 있다. 대설주의보는 특정 지역에서 24시간 동안 새로 쌓이는 적설량인 신(新)적설이 5㎝ 이상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대설경보는 24시간 신적설이 20㎝ 이상으로 보일 때 발령된다. 다만 산지는 24시간 신적설이 30㎝ 이상 예상될 때 경보가 내려진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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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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