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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TF영상] 가상화폐 폭락! 비트코인 설명회 현장 "다단계 맞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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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폭락에도 인기는 여전하다? 비트코인 광풍에 이어 가상화폐 폭락 분위기에도 네트워크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비트코인 투자 설명회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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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폭락, 그래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3년 뒤에 1억 원 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광풍이 거세다. 동시에 가상화폐 투자를 독려하는 이른바 '비트코인 다단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팩트>는 전국이 한파로 꽁꽁 얼어 붙었던 10일, 서울 강남구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열린 비트코인 투자 설명회 현장을 찾았다.

오후 2시. 숨 쉴 때마다 내뱉는 입김마저도 얼어붙을 거 같았던 강추위에도 50평(165㎡) 남짓한 강의실은 바늘하나 들어설 자리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앳된 얼굴의 20대부터 머리가 히끗한 50, 60대까지 '비트코인처럼' 인생역전을 바라는 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다. 밖은 옷깃을 파고드는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강의실 안은 '대박'을 꿈꾸는 이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출입문 옆 구석에 서서 강의를 듣던 기자의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2년 6개월 전에 가상화폐 다단계에 입문했다는 강사는 자신의 인생역전 스토리를 털어놨다. 18년 간 다단계를 했던 그는 "목사인 형님이 지난 18년 간 다단계 한다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면서 "대박이 나고 난 뒤 형님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형님 교회에서 형님을 포함해 신자들의 투자 유치를 이끌었고, (동생으로) 인정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강사의 말에 현장을 찾은 이들은 자신의 가까운 미래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 듯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일 놈 살릴 놈'하던 이들이 지금은 수백억 원대 자산가가 됐다"며 "모두가 고마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앞날을 장밋빛으로 내다봤다. 최근 불거진 가상화폐 폭락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G모 코인을 예로 들며 "200, 300원던 게 500원이 되자 사람들이 팔아치웠다"면서 "이후 3000, 4000원이 됐다.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제발 배당금을 받으면 코인에 재투자 해라. 3년 뒤에 1억 원이 된다. 정 필요하다면 그 때 팔아도 늦지 않다"며 결코 투자에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설명한 투자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한다. 채굴기 투자 명목으로 최소금액 100만 원의 계좌를 개설한다. 한 라인당 세 개의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이후 각 계좌 밑으로 투자자들을 붙이고 이 투자자가 다시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피라미드식의 다단계를 형성한다. 이들 투자금을 바탕으로 채굴기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채굴(마이닝·mining)'한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금은 배당 형식으로 투자자들에게 분배한다. 배당금은 현금이 아닌 채굴기가 채굴한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로 지급된다.

채굴로 발생한 1차 수익 이외에도 다른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수당이 붙는다. 모집한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또 유치할 경우에 수당을 지급하는 구조다. 투자자와 투자금을 많이 유치할수록 직급이 향상되며 직급 상승으로 수당도 증가한다.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더라도 투자와 투자자 유치로 충분히 수익이 발생한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다.

다단계라고 해서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방문판매법으로 다단계 판매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방문판매법은 판매수당으로 나눠갖는 돈이 물건값의 35%를 넘어가지 않을 것과 어떤 물건이든 가격이 160만 원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비나 가입비 등 어떤 명목이든 간에 3만 원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에 반드시 물건을 판매할 때만 수당을 주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람만 데리고 온 경우의 수당 지급은 불법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말로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방문판매법 규정을 가상화폐 다단계 업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가상화폐가 됐건 채굴기가 됐건 실물에 투자했다면 유사수신이나 폰지 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가상화폐 투자설명회를 가장한 수많은 '비트코인 다단계' 업체들도 이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면서 이들은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라는 말을 슬며시 끼워 넣는다.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손실을 볼 일 없다는 모순적인 설명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여서 손실을 볼 일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유사수신 및 폰지 사기(ponzi scheme)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사수신은 은행법이나 저축은행법 등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 지급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모금하는 행위다.

폰지 사기는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 사기 수법이다. 이들 대부분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한다. 특히 가상화폐 다단계 업체들은 유사수신과 폰지 사기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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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17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다동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앞에 서 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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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확인된 가상화폐 다단계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진짜 가상화폐를 아이템으로 다단계 사업을 벌이는 경우며 다른 하나는 가짜 가상화폐를 만들어 4차산업 혁명과 묶어 신산업으로 포장하는 유형이다.

첫 번째 유형은 최근 진화 중이다. 초창기가 가상화폐를 내세우지만 실제 가상화폐와 전혀 상관없었다면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하라며 투자자를 유혹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대표적 사례가 마인코인이다. 이들은 크립토마인이라는 채굴 회사를 외국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수백만 원을 투자하면 비트코인을 계속 만드는 채굴기를 사서 반영구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있다고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마이코인은 마이코인이라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차려놓고 크립토마인에서 채굴한 비트코인을 진짜로 거래할 수 있는 척 행세했다. 하지만 실상은 없었고, 홍콩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 2015년 2월 사기로 드러났다. 피해액만 30억 홍콩달러(약 4223억원)에 피해자는 3000명에 이르렀다.

두 번째 유형은 다단계 조직이 직접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가상화폐 생산과 유통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하며, 사용자가 직접 발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사용자 폭이 광범위해야 한다는 가상화폐의 기본 성립 조건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9일 금융감독원은 '원코인'의 유사수신 혐의를 포착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원코인은 불가리아의 루자 이그나토바 박사가 만든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8년 거래소에 상장할 것이며 상장하면 가격이 급등하니 그 전에 회원끼리 사고 팔 수 있을 때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로부터 6개월여 뒤 원코인은 사기로 드러났고, 원코인 투자를 권했던 B씨는 법정에 섰다. 지난해 11월 원코인·파뵤시코인을 앞세워 수십억 원을 끌어모은 B씨에 대해 대구지법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298명으로부터 56억여 원을 챙겼다. 또 B씨는 "비트코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3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개발한 파뵤시코인에 투자하라"며 44명에게 추가로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화폐 다단계 업체 고위 관계자 A 씨는 취재진에 불법 가상화폐 다단계 업체를 구별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굴기가 있다면 당연히 채굴량이 있다"며 "실시간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는 현황을 보여 달라고 하라"고 조언했다. A씨는 "24시간 초, 분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채굴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없다면 사기"라면서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없다면 채굴량이 없거나 채굴기가 없다는 말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한편 가상화폐는 17일 오전 7시쯤 일제히 최저가를 찍었다. 비트코인은 한때 전날 대비 40% 넘게 하락해 1247만 원까지 추락했다. 이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직전의 2400만 원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가상화폐의 폭락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실명제 도입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거래소 폐쇄 방안은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화폐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앞으로 시세 조작·자금 세탁·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로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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