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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신뢰 회복" 외친 최승호 사장, 여전히 험난한 MBC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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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일 신년 기자간담회, MBC 최승호 사장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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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하도 오랜만에 방송하다 보니 모자란 것도 많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우리의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17일 최승호 MBC 사장이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일성은 '국민 신뢰 회복'이었다. 최승호 사장이 MBC 사장으로 임명된 지 한 달, MBC의 시청률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고, MBC '뉴스데스크'는 '정상 체제'를 외친 직후 일주일 새 두 번의 실수를 반복하며 세 번의 사과를 했다. 지난 한 달을 평가하자면 MBC는 여전히 '비정상'이다. MBC 최승호 사장도 이를 알고 있기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뢰' '노력'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일일 드라마 없애고, 예능은 시즌제 도입
최 사장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게 MBC를 살리는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평창 올림픽 중계권료가 119억 원, 러시아 월드컵 중계권료가 487억원이다.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135억원 정도 제작비를 증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35억원은 전체 제작비의 7% 수준이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일일 드라마 '전생에 웬수들'이 끝나는 5월부터는 오후 7시 15분 방송되던 일일 드라마를 중단하기로 했다. 드라마 수를 줄여 나머지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는 자원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예능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파일럿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시즌제도 도입한다. 최 사장은 "올봄 개편부터는 시즌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파일럿 프로그램도 과감하게 많이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PD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는 얘기다. 시즌제는 기존 프로그램뿐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기존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협의로 결정한다.

이미 방송 중인 'PD수첩' 외에 2편의 시사 프로그램도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특히 이 중 하나인 '스트레이트'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배우 김의성 씨가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외주 제작자 및 비정규 인력과는 "상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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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신년 기자간담회, MBC 최승호 사장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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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 사장이 설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 또 다른 주제는 '상생'이다. 우선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외주 독립제작사와의 문제를 언급하며 최 사장은 "'콘텐츠 상생 협력 위원회'를 설치해서 독립 PD 협회 및 독립 제작사 협의회와 어떻게 상생할지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외주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예산을 상향 조정했고, 논의 결과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다시 반영해서 예산을 추가 배정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보수를 상품권으로 지급해 논란이 되는 '상품권 페이' 문제 등 방송사 내 비정규 인력(방송 작가 등)에 대한 처우 문제와 관련해선 "향후 MBC 안에서 약자라고 갑질을 당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엄중하게 간주하고 다뤄나갈 것이다"며 "전체적인 현황 파악을 한 다음에 큰 인사 정책도 정하고, 처우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력 기자와의 갈등 봉합? 쉬운 문제 아니다"
이날 최 사장은 '신뢰 회복'과 MBC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외에도 MBC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게 기존 경력 기자들과의 갈등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최 사장은 "짧은 시간 내에 봉합되거나 없어질 수 없는 성격의 갈등"이라며 "지난 8년 동안 많은 기자 PD들이 쫓겨난 상황 속에서 MBC로 들어와 그 자리를 차지하고, 권력의 입맛대로 뉴스를 만들어나갔던 그들의 지시를 따랐을 뿐 아니라 때로는 적극적으로 부역하면서 뜻을 함께했으며, 그러면서 국민을 배신한 뉴스를 만들었던 사람들과의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외부에서 봉합하고 화합하라고 말하듯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들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식하면서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돌아서는 모습을 충분히 보인다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사장은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우리의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MBC 사장에 임명된 최승호 사장은 1986년 MBC에 입사한 PD출신이다. '경찰청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 스페셜', '3김 시대' 등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1995년 간판 시사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PD수첩'에 합류했으며,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등 굵직한 주제에 대해 다뤘다. 2012년 총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후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했다. 해고 이후 인터넷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의 PD로 활동했다.

최승호 MBC 사장의 신년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 전문
취임 첫 날, 제가 했던 것이 보도국 간부 인사부터 했었다. 그날 저녁 뉴스부터 새로운 체제의 보도국에서 뉴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직을 개편하고, 또 임원을 인선했다. 임원 인선 이후에 전체적인 보직간부들을 인선했고, 사원들도 각 조직에 인선을 했다. 대표적으로 찢어져 있던 시사교양국,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던 시사교양국이 시사교양 본부로 다시 태어났고, 보도본부에서 쫓겨났던 그 많은 기자들, 스케이트장을 비롯해 비제작 부서 여러 곳에 정말 널려서 흩어져 있었던 기자들이 유배지에서 다시 보도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 분들이 12월 26일부터 나름대로 뉴스를 다시 하기 시작했고 이후 프로그램들이 속속 복원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복원이 진행 중이고 다 끝나지 않았다. 2월 초부터는 임시 체제로 진행되던 라디오도 정상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또 아울러서 계열사 임원 선임도 과거보다 투명하게 추천위원회를 통해서 추천을 받아서 대주주인 MBC의 본사 사장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월까지는 지역 계열사 임원 인사와 함께 프로그램 복원이 거의 마무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올해 MBC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판단 아래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투자를 135억 정도 증액 했다. 전체 제작비의 7%다. 그동안 외주 제작으로만 거의 해오던 드라마는, MBC가 자체 기획을 강화해 올 하반기에는 대형 자체 기획 드라마들이 나올 것이다.

또 제가 취임 당시에 드라마 수도 줄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일일 드라마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파일럿을 과감하게 많이 만들 예정이다. 제가 취임할 당시에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고 PD들에게 얘기했는데 올해 설 특집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대거 만들 계획이다. 올 봄 개편부터는 예능에도 시즌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사 쪽에서는 PD수첩이 복원 됐고, '도올 스톱'이라는 신개념 토론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란 제목의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신개념이 좀 많긴 한데(웃음).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은 주진우 기자와 배우 김의성 씨가 진행을 맡는다. 그리고 MBC 중견기자 7명이 취재자로서 탐사보도를 해나가는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제가 취임하면서 또 한가지 약속했던 게 상생 문제다. 독립제작사와의 상생 문제도 논의 하고 있다. '콘텐츠 상생 협력 위원회'를 설치해서 독립 PD협회 및 독립제작사 협의회와 어떻게 상생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급하나마 예산 편성 과정에서 외주 프로그램에 대해서 일부 예산을 상향 조정했고, 또 콘텐츠 상생 협력 위원회의 논의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다시 반영해서 예산을 추가 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복원 노력하는 가운데 또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사건이 있었다. 지인이나 MBC 내부자를 인터뷰해서 방송에 낸다거나 또 동영상 안에 있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을 덜 한 상태에서 조금 단정적인 보도를 한 경우도 있어서 저희가 뉴스데스크를 통해서 사과를 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MBC가 방송 학회에 인터뷰 문제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었고, 오늘 여기 기자회견 나오기 전에 중간 조사 의견을 방송학회의 조사단으로부터 받았다. 그 결과 의도적으로 보도 내용을 한 쪽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성은 없고 다만 취재 편의를 위해 한 일인데 취재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저희는 어쨌든 이런 문제를 계기로 용인되기 힘든 취재 관행이 더 있는지 제대로 체크하고 고쳐 나가려고 한다. 또 회사 내에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취재 윤리와 기법을 내부적으로 교육해나갈 준비도 하고 있다.

사실 올해 방송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 MBC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한편으로 보면 무려 8년 동안의 혼란 속에서 끊임 없는 갈등과 싸움 속에서 빼았겼던 방송의 자유를 다시 복원해서 시작해가는 감격적인 상황이지만, 그래서 희망에 가득 찬 상황이지만, 우리의 환경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한 달 동안 절감하고 있다. 매체 환경 변화로 인해 방송 광고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데 반해 방송 제작에 들어가는 요소의 가격은 점점 뛰어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또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있는데 중계권료가 참 기절할 정도로 많더라. 뉴스타파 있다가 MBC오니까 단위가 다르더라. 평창 올림픽만 하더라도 중계권료가 119억원, 러시아 월드컵은 487억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저희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시청자에게 보답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해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결국 MBC가 되살아나는 길이라는 판단 하에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과감하게 제작비를 투자 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좋아지고, 점점 더 국민 여러분께 내놓을 수 있는 콘텐트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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