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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SPO 시선] 이다영의 성장, 왜 현대건설과 대표 팀에 절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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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충, 조영준 기자] "(언더 토스가 아닌 오버 토스를 계속 하는 점) 그런 점이 (이)다영이의 장점이죠. 사실 저도 그 정도까지는 못합니다.(웃음)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습니다."

이도희(50) 현대건설 감독의 이다영(22) 키우기는 시즌 전부터 화제였다. 이도희 감독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여자 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명세터였다. 코트를 떠난 뒤 프로 배구단 코치와 국가 대표 코치를 역임한 그는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현대건설의 감독이 된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집약해 육성할 세터로 이다영을 선택했다. 사실 이다영은 이 감독뿐만이 아닌 배구 선배들이 탐내던 인재였다. 지난해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세터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그때마다 태극 마크를 달아본 경험이 있는 상당수 선배는 "현재 젊은 세터 가운데 재능과 가능성 그리고 체격 조건은 이다영이 최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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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야 할 체격 조건과 재능, 이도희 감독의 조련으로 눈 뜨다.

이다영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쌍둥이 언니 이재영(22)과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 능력이 뛰어났다. 힘과 점프력이 좋은 이재영은 공격수로 성장했고 이다영은 세터 출신인 어머니 김경희 씨와 같은 포지션을 맡았다.

2014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영은 벤치 멤버로 기용됐다. 팀의 주전 세터는 염혜선(27)이었다. 지난 2016~2017 시즌에는 잠깐 라이트 공격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도희 감독이 부임하며 이다영은 세터로 다시 태어났다.

올 시즌 초반 현대건설은 우승 후보로 꼽힌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3라운드를 넘어가며 현대건설은 두 팀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1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4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3-1(19-25 25-18 25-20 25-13)로 이겼다.

시즌 12승 8패 승점 36점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3위로 4라운드를 마쳤다.

이다영의 성장은 현대건설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그는 현재 세터 1위를 달리고 있다. 백업 세터가 없는 상황에서 이다영은 홀로 팀을 이끌고 있다. 아직 기복이 심한 문제점은 남아 있다. 그러나 한층 안정된 경기 운영과 정확해진 토스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층 성장했다.

이다영은 올 시즌 어지간한 볼은 언더로 올리지 않는다. 이 감독은 이다영에게 어지간하면 언더로 볼을 올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세계 배구 강국의 세터들은 물론 일본과 중국 그리고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의 경쟁국 세터들도 언더 토스를 하는 경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180cm인 이다영은 세터로 키도 크지만 발도 빠르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리시브가 안 된 볼도 오버 토스로 올리고 있다. 어떨 때는 몸을 자연스럽게 비틀며 세트를 할 때도 있다.

이 감독은 "이다영은 워낙 힘이 좋고 순발력도 뛰어나다. 그런 점이 장점이다. 사실 저도 그 정도까지는 못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다영의 장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격 본능이 있는 그는 기습적인 2단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또한 디그 능력까지 갖췄다. 시즌 초반 이 감독은 "피지컬 적인 면에서 다영이만한 세터는 없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시즌을 많이 치르고 성장한다면 우리 팀은 물론 대표 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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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사기 끌어 올리는 '분위기 메이커'

이재영과 이다영은 팀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끼'도 갖췄다. 팀이 상승세를 탈 때 이들은 재치있는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살린다. 매 경기 현대건설이 득점을 올릴 때 가장 큰 제스처로 세리머니를 하는 이는 이다영이다.

현대건설의 대들보인 양효진(29)은 "(이다영의 세리머니는) 요즘 세대와 맞다. 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다. (경기를 보시는 분들은) 중간 중간에 이런 장면을 보면서 재미도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배구 강국들은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고 상대의 기를 꺾는 세리머니를 한다. 한국 선수 가운데 이런 세리머니를 가장 활발하게 했던 이는 '여제' 김연경(30, 중국 상하이)이었다. 이런 점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쇼맨십'이 된다. 한편으로는 팀 분위기를 살리고 상대 기를 꺾는 요소도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이라는 미들 블로커와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 그리고 베테랑 황연주 등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살림꾼으로 황민경(28)이 새롭게 가세했다.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선수 구성이다. 이들을 최대한 살리는 열쇠를 쥐고 있는 이는 이다영이다. 이다영의 성장과 활약 여부에 따라 현대건설의 성적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다영의 성장은 현대건설은 물론 대표 팀에게도 절실하다. 지난해 대표 팀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세터 세대교체 시련기'를 혹독하게 경험했다. 이다영이 지금처럼 성장해 대표 팀에 가세할 경우 한국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전망은 한층 밝아진다.

새롭고 다양한 기술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다영은 "그것보다 기본적인 것부터 해야 할 거 같다. 감독님도 그런 점을 주문하셨다. 새로운 것은 다음에 해야 한다. 아직 큰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아직 이다영은 '완성된 세터'는 아니다. 이 감독은 "백업 세터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몸 관리를 잘해 풀 시즌을 치르는 점도 이다영의 과제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위해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주전 세터로 나선 이다영은 팀 성적은 물론 성장을 위한 경험 쌓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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