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1~2분마다 교체돼 피해보는 선수 없다?… 아이스하키를 모르고 하는 소리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평창 D-23]

정부는 계속 주장하지만… 우리 선수들 피해볼 수밖에 없는 구조

현행대로 출전 엔트리 22명 땐 北선수 숫자만큼 출전기회 잃어

출전해도 플레이 시간 줄어들어

아이스하키는 팀워크가 생명… 우린 39개월간 손발 맞췄는데…

한달도 안남아 경기력 지장 불가피

정부는 단일팀을 추진하면서 기존 한국 여자 국가대표 23명에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선수들 피해나 아무 문제 없이 단일팀을 이루는 게 가능할까.

◇엔트리 확대 예외적 허용할 수도

여자 아이스하키 최종 엔트리는 23명이고, 경기에 뛸 수 있는 '출전 엔트리'는 22명이다. 정부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북한 선수가 추가되는 '23+α' 방식을 택하므로 국내 선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일보

누군가 평창에 서지 못한다면, 그 땀은 어디서 보상받나 -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면 현재 한국 대표팀 선수 중 빙판에 설 수 없게 되는 선수가 생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 무대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던 선수들은 남북 단일팀 소식을 듣고 “믿고 싶지 않은 소식” “이럴 수가 있나”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훈련을 앞두고 스틱을 앞두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종 엔트리를 늘리려면 한국에만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각 출전국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에 출전 가능한 '경기 출전 엔트리 22명'은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이스하키 본질을 정면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다른 출전국들에 '한국이나 북한은 전력이 약하니 괜찮지 않겠느냐'는 논리로 양해를 구해야 할 판이다.

◇"대표 선수 희생 불가피"

정부 관계자들은 "아이스하키는 1~2분 간격으로 선수가 교체되므로 우리 선수가 받을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스하키인들은 "종목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말"이라고 반박한다.

조선일보

여자 아이스하키는 조별 예선(3경기)뿐 아니라 순위 결정전까지 최소 5경기를 치른다. 현행 규정대로 경기 출전 엔트리가 22명으로 제한되면 북한 선수 숫자만큼 국내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잃는다. 만에 하나 출전 엔트리가 늘어나도 북한 선수가 얼음판에 나서는 만큼 국내 선수의 플레이 시간은 줄어들게 돼 있다.

아이스하키는 주전·후보의 구분이 따로 없어서 5명씩 4개의 라인이 번갈아 얼음판에 나선다. 기량이 고른 팀은 4개 라인을 풀 가동하지만, 선수 간 기량 차이가 크면 3개 라인만 돌리는 경우도 많다. 현 여자 대표팀의 사라 머레이 감독도 3개 라인만 쓰는 일이 많다. 북한 선수가 들어오게 되면 단일팀이란 상징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4개 라인을 모두 써야 하는 역설도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기량이 좀 처지는 국내 선수들은 거의 벤치만 지켜야 한다. 더구나 아이스하키는 선수들 전체의 유기적 움직임이 중요하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에 골을 내준다. 현 국가대표팀은 2014년 10월부터 3년3개월여 동안 조직력을 다졌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한 아이스하키인은 "나중에 들어온 북한 선수가 짧은 시간에 한국 전술과 시스템에 익숙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링크에선 어떤 일이?

여자 경기가 펼쳐지는 관동하키센터에는 선수들이 장비를 갈아입는 라커룸이 10개 있다. 여자 출전국 8개 팀이 1개씩 쓰고, 이곳에서 경기가 배정된 남자팀에 2개가 배정됐다. 라커룸별 개인 라커 수는 딱 23개다. 구조상 단일팀이 돼도 남북한은 한 라커룸을 쓰기 어렵다. 경기장 벤치 공간도 턱없이 좁다. 현재의 벤치 규격은 10m 길이다. 중무장을 한 23명의 선수와 감독·코치 등 25~26명이 들어가면 지금도 꽉 찬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최근 IOC가 출전 엔트리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서인지 벤치 규격과 확장 가능 여부를 문의해 왔다"고 전했다. 링크에는 올림픽기와 함께 각 출전국 국기가 내걸리는데, 여자 아이스하키가 열리는 관동하키센터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함께 걸지, 한반도기를 걸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강호철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