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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막장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들 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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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사로잡은 화제의 드라마 / 수목극 1위 등극 ‘슬기로운 감빵생활’ / 교도소 죄수들 개성만점 연기 … tvN, 지상파와 동시간대 붙어 ‘완승’/ 40%대 시청률 질주 ‘황금빛 내 인생’ / 뻔한 ‘출생의 비밀’ 얘긴가 했는데 … 결혼·취업난 현실 잘 그려 공감

세계일보

수목드라마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주말드라마 KBS2 ‘황금빛 내 인생’이 연신 화제다. 월화 안방극장에서는 뚜렷한 강자가 없는 반면 수목과 주말 드라마에서는 두 작품이 독보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 드라마의 시청률을 제쳤다. ‘황금빛 내 인생’은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3년 만에 가장 높은 40%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른바 ‘국민드라마’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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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도깨비 열풍,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감빵생활’(감빵생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부터는 지상파채널 3사의 드라마 시청률을 따라잡았다. 16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일 ‘감빵생활’의 전국 시청률은 10.1%(유료플랫폼)다. 기존 수목드라마 1위를 기록하던 KBS2 ‘흑기사’는 9.8%로 0.3%포인트 뒤처졌다. SBS ‘이판사판’은 1, 2부가 각각 6.5%와 7.6%를 기록했고, MBC ‘로봇이 아니야’도 1, 2부가 3.0%· 4.0%로 뒤를 이었다. 11일 시청률도 마찬가지였다. ‘감빵생활’은 10.6%로 1위를 지켰으며, ‘흑기사’는 9.9%, 이판사판 1, 2부는 7.1%와 8.0%, ‘로봇이 아니야’ 1, 2부는 2.9%와 3.9%였다.

케이블 드라마는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와 경쟁하지 않으려고 방송시간을 피해서 방영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최고 히트작인 tvN ‘도깨비’조차 방영시간이 금토 오후 8시였다. 반면 ‘감빵생활’은 수목 오후 9시10분에 시작해 11시쯤에 끝난다. 지상파채널에서 뉴스가 시작할 때 방영해 드라마가 끝날 때 마친다. ‘감빵생활’이 다소 앞서 방송을 시작하지만 지상파 드라마와 동시간대에서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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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생활’ 선전의 가장 큰 요인은 개성 가득한 캐릭터와 이를 맛깔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김제혁은 야구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나머지에는 모자란 인물이다. 그런 그를 고등학교 때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 이준호가 교도관이 돼 도와준다. 김제혁이 소속된 2상6방의 멤버들 또한 개성 가득하다. 마약사범 해롱이 유한양과 살인 누명을 쓴 유대위 유정우, 그리고 사기도박으로 감옥에 들어온 문래동 카이스트 강철두는 서로 어울리기 힘들 정도로 상반된 성격이지만 어느 순간 조화를 이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고 있다. 이들을 관리하는 팽부장을 비롯해 명교수, 장발장, 법자 등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도 등장해 그 속에서 발생하는 사연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박해수를 비롯해 정경호, 이규형, 박호산, 정해인, 정웅인 등 연기 내공 높은 배우들의 열연도 시청률 향상에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김제혁을 연기한 박해수의 경우 2007년부터 연극으로 꾸준히 연기력을 쌓아온 배우다. 2012년 MBC ‘무신’에 출연하면서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SBS ‘육룡이 나르샤’,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등에 출연했다. 다만 뮤지컬과 공연 쪽에 집중해 얼굴을 알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규형은 지난해 tvN ‘비밀의숲’에서 서부지검 사건과 과장 윤세원역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런 그가 마약사범 해롱이를 개성 있게 연기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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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된 KBS2 ‘황금빛 내 인생’

주말 안방극장에서는 KBS2 ‘황금빛 내 인생’의 독주 천하가 펼쳐진 지 오래다.

‘황금빛 내 인생’은 지난해 9월 2일에 ‘아버지가 이상해’의 후속작으로 첫 방송을 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평생을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성실한 아버지 변한수와 든든한 아내 나영실, 개성만점 4남매 집안에 어느 날 안하무인 아이돌 출신 배우가 얹혀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가족드라마다. 최고 시청률 36.5%(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작의 큰 인기에 힘입어 ‘황금빛 내 인생’은 방영을 하기도 전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후 첫 회가 19.7%를 기록했으며,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해 현재 40%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에 41.2%, 지난 7일에는 42.8%, 14일엔 43.2%를 기록했다. 40%대 시청률을 돌파한 것은 2015년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 처음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 출신이지만 신분을 속여 금수저로 신분 상승 기회를 맞이한 한 여인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깨닫는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에서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은 ‘흙수저’ ‘신분도용’ ‘부자’ ‘출생의 비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은 동시에 혹평을 받아야 했다. 뻔하디뻔한 스토리로 ‘막장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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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는 이러한 장치들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되 그 이후를 뚝심 있게 그려냈다. 특히 가장 큰 소재인 ‘출생의 비밀’을 일찌감치 고백했다. 통상의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을 마지막까지 숨겨두고, 반전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그 대신 ‘황금빛 내 인생’은 출생의 비밀 공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서지안(신혜선)과 서지수(서은수)가 제자리로 돌아간 이후 서지안과 최도경(박시후)의 로맨스를 집중해서 풀어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가운데 취업, 결혼, 가족관계에서의 고민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점도 시청률 고공행진의 요인이 되고 있다.

박시후와 신혜선을 비롯해 천호진, 김혜옥, 전노민, 나영희, 최귀화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천호진 배우의 아버지 연기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호진이 연기한 서태수역은 평생을 가장으로만 살아온 남자로, 과거 잘나가는 상사맨에서 사장까지 자수성가했지만 부도로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 남자다. 한순간에 가장으로서 권위가 무너지고 초라한 신세가 된 서태수는 심지어 상상암이라는 증세까지 겪는다. 천호진은 이런 서태수를 가슴 절절하게 연기해낸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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