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단일팀? 뉴스로 들어…올림픽 앞두고 충격적"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새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 | 김현기기자



[인천공항=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팀 케미스트리가 가장 우려된다.”

정부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출신 새라 머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면서도 “팀 케미스트리가 가장 걱정된다”며 우려도 표시했다. 케미스트리는 유기적 화합을 뜻한다. 4년간 다져왔던 조직력이 북한 선수들의 갑작스런 가세로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이 끝난 뒤 며칠 더 쉬다가 입국한 그는 “뉴스를 통해 단일팀 소식을 들었다”며 대표팀을 지휘하는 자신과 어떤 논의도 없이 단일팀이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스하키는 선수들이 경기 시간 전체를 계속 뛰는 게 아니라 1∼2분씩 계속 교대를 한다. 북한 선수가 우리 선수의 쿼터를 뺏는 게 아니라 선수단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협의 중”이라며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한 뒤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은 세계랭킹 22위, 북한은 25위이다. 우리 팀은 올림픽에서 1~2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선수 가운데 기량이 뛰어난 선수 몇 명을 추가해 1∼2분씩 함께 뜀으로써 전력이 강화되는 것을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단일팀 추진을 흔들림 없이 펼쳐가겠다는 의미다.

다음은 머리 감독과의 일문일답.

-정부와 단일팀에 대한 얘기를 사전에 나눴나.

여름을 지나 9월에 단일팀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은 들었다. 우린 4년간 열심히 훈련해왔다. 당시엔 남과 북이 함께 훈련하는 정도로 알았다.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다.

-단일팀 결성 소식은 어떻게 들었나. 따로 통보받은 것이 있었나.

뉴스를 통해 들었다. 스태프로부터 이틀 전에 전화가 오기는 했다. 하지만 정확하고 심각한 부분들은 뉴스를 통해 알았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단일팀이 이뤄질 때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은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팀 케미스트리다. 남한과 북한은 다른 분위기일 수 있다. 팀 케미스트리가 가장 우려된다. 지도자들이 가르치는 시스템도 좀 다를 수도 있다.

-선수들이 동요될 수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 선수들은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 선수들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붙어봤는데(한국 3-0 승), 북한 멤버 중에 우리 선수보다 낫다고 본 선수가 있었나.

코칭스태프들과 비디오를 통해 북한 선수들을 봤다. 좋은 선수들이 있다. 정말 열심히 한다. 하지만 우리 팀에 10명의 선수를 추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본이 단일팀에 반대하는데.

다른 나라의 입장은 모르겠다. 일단 남한과 북한이 함께 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이야기인 것 같기는 하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는 게 전력 상승효과가 있을까. 우리선수들로 하는 게 나을까.

북한에 좋은 선수들이 몇 명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도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강해졌다. 지난 4년간 우리가 북한을 이겼다. 우리 팀에 도움은 되겠지만 확실히 강해진다는 확답은 못 하겠다. 우리 선수들은 지난 6월부터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라 믿고 열심히 준비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과 4년 동안 준비했다. 감독으로서 심정은 어떤가.

놀랍다. 9월에 이미 이 멤버로 올림픽에 갈 것이라 다짐했다. 루머가 돌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대화가 심각해졌고 단일팀 이야기까지 발전됐다.

-북한 선수 중 우리 팀에 도움될 선수가 있다면.

이름을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번호로 말하겠다. 가장 인상깊은 선수는 23번이다. 수비가 좋다. 열심히 하고 적극적인 선수다. 몸싸움을 잘 한다. 7번, 6번, 11번, 5번도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 1~3라인에 들어온 만한 수준의 선수는 없고(아이스하키는 필드플레이어 20명이 1~4라인으로 구성해 번갈아 뛴다. 4라인 수준이 가장 떨어진다.), 또 10명까지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아직도 단일팀 논의가 잘 믿기지 않는다.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경기 엔트리 구성 권한이 있는)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