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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팔아야 하나?…보험업계, 유병력자 실손보험 '어정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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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병력 있어도 실손보험 가입 허용 심사항목 18→6개, 치료이력 5→2년 축소 업계 “리스크 커 개발하고 판매는 안할 수도” [비즈니스워치] 김미리내 기자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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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등 만성질환이나 주요 질병의 치료 이력이 있을 경우 가입이 어려웠던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 오는 4월부터 보다 손쉽게 가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와 1년간의 논의를 거쳐 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유병자의 가입조건을 완화한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도입, 4월부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주도할 보험업계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상품이 처음 만들어지다 보니 통계가 없어 정액형 건강보험 상품의 통계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정확한 손해율 예측이 어려워 리스크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문케어’ 실시로 보장이 확대되는 반면 보험료 인상을 제한하고 있어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폭탄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업계 일부에서는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상품인 만큼 내부적으로 상품은 개발하되 출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 선보일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심사 항목(가입시 보험사에 알릴 의무가 있는 항목)을 기존 18개에서 6개로 줄이고, 발병이나 치료이력을 반영하는 기간도 과거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일반 실손보험 대비 가입문턱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당뇨병 등 과거병력을 기존 10개에서 암 1개 종목으로 축소하고, 투약 여부도 심사항목에서 제외함에 따라 고혈압, 당뇨 등 경증 만성질환자의 가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암의 경우 최근 2년간이 아닌 5년간의 발병이력을 가입심사에 반영하고 심사에서 투약이 제외되는 만큼 기존에 보장되던 약제비가 보장범위에 제외된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자의 경우 일상적으로 약제비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장을 포함할 경우 차후 보험료 인상이 커질 수 있는데다, 투약과 관련해 가입심사 과정에서 가입 대상자를 축소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심사를 완화한 만큼 경증 만성질환자의 가입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는데, 여기에 약제비까지 포함할 경우 보험료 인상이 매우 커질 수 있다"며 "만성질환이 아닌 다른 질병의 높은 의료비용 부담을 커버하자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또한 당국은 차후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가입자의 의료비 자기부담률을 30%로 설정하고 입원 1회당 최대 10만원, 통원 외래진료시 1회당 최대 2만원을 부담토록 해 무분별한 의료이용에 따른 보험료 상승을 방지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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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조치들에도 보험업계에서는 충분히 리스크를 감내할 수준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상품의 필요성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유병자와 실손보험 등 보험금 지급가능성이 높은 두 요소가 만나는 만큼 손해율이 어느 정도 높아질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제비 제외, 자기부담금 등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들이 반영돼 있지만 통계 자체가 실손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이나 진단금이 있는 정액형 상품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정확한 손해율 예측이 어렵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정책성 보험이라는 측면에서 준비는 모든 보험사가 할 것이지만 실제 출시는 자율이다 보니 회사 사정에 따라 만들어 놓고도 출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4월부터 통합보험 등의 상품에 실손보험을 특약 형태로 넣어 일명 끼워 파는 형태의 판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유병력자 실손보험 판매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월 전에 기존 실손보험 끼워팔기 절판마케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특약으로 넣은 통합보험 형태의 상품판매가 4월부터 금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은 통합보험 상품의 2~3월 절판마케팅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기저효과로 4월 이후 실손보험 가입이 주춤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상품출시 여부에 이 점도 복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험료 수준은 50세 기준 남자 월 3만4230원, 여자 4만8920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보험료는 손해율을 반영해 매년 갱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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