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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4강 정상 모두 불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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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불참...당 서열 7위 한정 상무위원 보내

아베 총리도 "국회 일정 보고 검토" 사실상 불참 가닥

"북한이 주빈 대접 받는데 들러리 서고 싶겠나" 관측도

중앙일보

평창 겨울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도착해 봉송을 시작한 13일 서울 상암디지털매직스페이스 앞에서 국내 여성 1호 프리스타일 스키어인 박희진씨가 성화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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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미·중·일·러 정상이 모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가 구상하는 ‘화합의 제전’ 그림이 다소 빛이 바래게 됐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평창 올림픽에 보낼 고위급 대표단과 관련해 “중국에서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한하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상무위원이 단장으로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간 시 주석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외교력을 쏟아온 정부는 다소 실망한 기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만나 초청한 것만 두 번이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과 지난달 방중 때 정상회담에서다. 마침 베이징이 차기 겨울 올림픽 개최지라는 점도 정부의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는 시 주석이 못 오더라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방한하기를 바랐지만 그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상무위원은 당 서열 7위다. 지난달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까지 상하이(上海) 당서기를 지냈으며 오는 3월 상무부총리 임명이 유력하다.

중국 측은 한국에 시 주석의 불참 이유에 대해 “국내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월 초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올해 전인대에서는 헌법 개정과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 선출 등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가 예정돼 있어 2월 내내 중국 수뇌부가 바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불참에는 여러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아직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여파가 있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평창에 오더라도 북핵 문제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고 남북 관계의 향방 예측도 힘들기 때문에 과도한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신중한 접근을 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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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중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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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 주석이 폐회식에라도 참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달라”고 특정해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폐회식에서 올림픽 행사의 성공적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만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공식적으로는 “미정”이지만 사실상 불참으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동유럽 순방 중인 1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평창 올림픽 참석 관련 질문에 “국회 일정을 보면서 검토하고 싶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정부가 한·일 간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선언하고 일본이 낸 10억엔을 한국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 비판적 여론이 크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NHK는 16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국회 일정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총리실 내부 기류는 부정적이라고 한다. 지지통신은 이날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올림픽 담당상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을 참석시키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평창에 자신이 오는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단장으로 하는 고위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식 출전이 금지된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굳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4강 정상들은 모두 국내 사정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한 변수’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시혜를 베풀어서 평창 올림픽이 성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4강 지도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지 않으냐. 자신이 주빈이 돼야 하는데 북한만 주목을 받고 들러리를 서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오기를 꺼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4강 정상의 개회식 참석 여부가 올림픽 성공 여부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가장 중요한 '외교 승부수'로 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관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은 "시 주석의 불참은 결국 사드 문제가 봉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위안부 합의에 이렇게 상처를 내놓고 아베 총리의 참석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주변국들로부터 ‘한국은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결고리’라는 믿음을 얻었기에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었던 김대중 정부의 외교에 시사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4강 정상 외에 지금까지 독일, 프랑스 등 약 20여개 국가 정상이 평창 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혔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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