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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폭설로 7천명 발 구를 때 제주공항 제·방빙장 2곳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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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곳→4곳 확충에도 제·방빙 장비 부족 ‘무용지물’

항공사 간 융통성 있는 협의로 추가 지연 방지 필요

뉴스1

12일 오전 제주시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 눈이 쌓여있다. 지난 11일 제주공항 활주로에 많은 눈이 쌓여 제설작업 등으로 11일 오전과 오후, 이날 오전까지 3차례에 걸쳐 활주로가 임시 폐쇄됐다.2018.1.12/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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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6년 32년 만의 폭설로 인해 마비사태를 겪은 제주국제공항이 제설장비와 시설을 확충했는데도 또다시 눈 앞에서 맥을 못추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제주공항은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출·도착 항공기 248편(출발 127편·도착 121편)이 결항되면서 제주를 떠나려던 승객 700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전날 기상 악화의 여파로 인해 이튿날인 12일에도 결항과 지연이 이어졌고 정기편 잔여좌석과 임시편 등을 이용해 늦은 밤이 돼서야 체류객 수송을 마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제설장비와 시설을 보강했는데도 무더기 지연·결항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디아이싱(비행기에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공항공사는 2016년 1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제주공항이 마비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해 12월 폭설에 따른 결항 및 지연에 대비하기 위해 제설장비를 추가로 배치하거나 보강했다.

일체식 제설차 4대 중 노후식 2대를 교체하고 다목적 제설차와 고속송풍기를 각각 1대씩 신규 구입했다.

청소차 1대에 제설날을 부착해 제설차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제설제 살포기 3대도 갖추는 등 기존 8대에서 총 12대로 늘렸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기 표면에 쌓인 눈과 얼음을 제거하고 결빙을 방지하는 작업하는 하는 ‘제·방빙장’도 2곳에서 4곳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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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제주시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공항 체류객들이 새우잠을 자고 있다. 지난 11일 제주공항 활주로에 많은 눈이 쌓여 제설작업 등으로 11일 오전과 오후, 이날 오전까지 3차례에 걸쳐 활주로가 임시 폐쇄됐다.2018.1.12/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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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폭설로 인해 7000여 명이 항공기가 뜨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4곳의 제·방빙장 중 2곳은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방빙장은 제방빙액에 의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한국공항공사가 마련한 시설로, 제·방빙 작업은 기체 손상 우려 등의 문제로 각 항공사별로 지상조업사에 맡겨 특수장비인 디아이싱 트럭(De-Icing Truck)을 이용해 제·방빙액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폭설 이튿날인 12일 오전 8시대 제·방빙장은 단 2곳만 운영됐고, 나머지 2곳은 아예 사용되지도 않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12일 오전 8시대 제·방빙장을 사용한 항공기는 단 세 대뿐이었다. 한 대당 작업하는데 통상적으로 1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한창 피크 시간에 제방빙장이 풀(full)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서둘러 제방빙 작업을 마쳤더라면 장시간 지연이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공항공사 제주본부는 오전 3시부터 6시까지 활주로 제설작업을 진행, 6시59분 김포발 항공기가 제주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승객을 태운 항공기 첫 출발은 8시19분에야 이뤄졌다. 오전 8시대 예정된 20여 편 중 출발한 항공편은 고작 4편이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장점검 당시 제·방빙장 두 곳이 놀고 있었다. 디아이싱 트럭이나 인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면이 솔직히 있다”며 “조금만 더 노력을 했더라면 추가적인 지연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대형 항공사은 지상조업 자회사가 있어 제·방빙장을 고정해 사용하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특정 조업사를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보니 유동적으로 작업을 번갈아가며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제·방빙장을 애써 2곳에서 4곳으로 늘려놓고도 2곳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체류여객들을 빨리 수송하기 위해서는 4곳을 모두 활용해 제방빙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항공사의 권한이어서 우리가 지시할 순 없다”며 “항공사 간에 합의를 해서 대형항공사가 장비를 쓰지 않을 때는 사용료를 내고 빌려쓸 수 있도록 국토부에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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