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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통가 고용쇼크]③유통사 옥죄는 政, 일자리 되레 없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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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선 '인건비 분담 의무화' 입법 추진

납품업체 분담률 50% 상한조항은 삭제

법안소위서 만장일치 ‘찬성’해야만 순항

“인건비 절반 부담땐 파견직 축소할 것”

이데일리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문재인정부의 ‘직고용 전환’ 압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4개월간 늘어진 파리바게뜨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유통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 파견 직원들의 인건비를 반반 부담하라는 내용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13일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법률개정안’(대규모유통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가 종업원을 파견받기 전 납품업자 등과 파견비용 분담비율을 서면으로 약정해야 한다. 파견비용은 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종업원 파견을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적 이익비율(예상이익 비율 산정이 어려우면 50% 분담)에 따라 분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납품업자에게 매년 ‘자발적 종업원 파견 요청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상시로 직원을 파견받는 행태를 지적, 법으로 강제하려는 것이다. 김근식 입법조사관은 “사실상 강제에 의한 납품업자 등의 비자발적 파견을 방지할 수 있고 납품업자 등의 파견 비용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입법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8월13일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시 대형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 의무를 명시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이번 법안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에서 자발적으로 자사 신제품 등을 홍보하기 위해 시식코너를 마련하고 파견직을 보내는 것인데 모든 이익이 납품업체에 있어도 대형유통업자가 50%의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A 대형마트가 20개 점포에서 20일간 와인 시음행사를 실시하면서 50개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100명을 파견 받아 하루 8시간씩 행사에 사용했다면 인건비 총 1억2800만원(100명×8시간×시급8000원×20일) 중 50%인 64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 신설하려던 ‘납품업자의 파견직 인건비 분담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조항(제12조5항)은 없애기로 했다. 종업원 파견으로 납품업자 등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정위의 의견이 반영됐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현재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파견직원 약 12만여명(대형마트 3사 3만4000명·백화점 5개사 8만6000명)에 대해 부담해야 할 인건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납품업체의 파견직을 받아야 하는 지 의문”이라며 “결국 파견직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선제적으로 ‘직고용 카드’를 꺼내든 업체도 나왔다. 생활뷰티기업인 애경산업은 자사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근무하는 판촉사원에 대해 직고용하거나 자회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연내 전면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의 압박에 기업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애경산업을 선두로 유통업계에도 직고용 바람이 불지 주목되는 상황이지만 법안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만장일치’ 관례에 따라 단 한 명이라도 반대의견을 내면 처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법안은 법안소위를 거쳐,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여기서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어 법안 처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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