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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고현정-이보영, 화면 ‘잡아먹는’ 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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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혼자서도 화면 꽉 채우는 두 배우

고현정 <리턴>, 이보영 <마더>로 수목 찾아와

주체적 여성 역할에 엄지척

소신 있는 작품 선택 등 실제로도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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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여성 역할에 잘 어울리는 두 배우. 고현정(왼쪽)과 이보영. 에스비에스,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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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왜 주로 남자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갈까? “주요 시청층이 여자라 ‘멋진 남자’는 필수 요소예요.” “혼자 화면을 꽉 채우는 여자 배우가 별로 없어요.”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의문의 일승> <투깝스>에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드라마 소재는 다양해졌어도 남자 중심인 것은 변함없다. <마녀의 법정> <부암동 복수자들> 등 여성이 이끌어 가는 드라마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배고프다.

그러나 남자 일색인 드라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화면을 ‘잡아먹어’온 여자 배우들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고현정과 이보영이다. 고현정은 <모래시계>(1995), <선덕여왕>(2009) <대물>(2010) 등 작품마다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끄는 인물을 연기했다. <모래시계>처럼 두 남자 사이에 껴 있어도 그는 남자에게 휘둘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여성이었다. 여성 대통령(<대물>)을 연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이고, 여성이 수사팀을 진두지휘하는 드라마가 별로 없던 2007년에는 <히트>에서 경위로 나와 남자 형사들을 움직였다. 그 못지않은 배우가 이보영이다. 결혼 전에는 캔디형 인물을 많이 맡았는데, 2013년 결혼 이후 <신의 선물―14일>(2014), <귓속말>(2017) 등 장르 드라마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강인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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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시작하는 <마더>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그런 두 사람이 나란히 수·목요일에 찾아온다. 고현정은 17일 시작하는 <리턴>(에스비에스 수목 밤 10시)으로 5년 만에 지상파에 출연하고, 이보영은 24일 시작하는 <마더>(티브이엔 밤 9시30분)로 나선다. 이번에도 단단한 인물을 맡았고, 두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간다. 고현정이 맡은 최자혜는 살인사건 용의자에 오른 상류층 4명을 추적하는 변호사이자 티브이 진행자다.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숨기려는 기득권에 맞선다. 이보영이 연기하는 남수진은 과학 전담 임시교사로 일하게 된 초등학교에서 부모한테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하고, 엄마가 되어 주겠다며 아이를 데리고 아는 이 없는 곳으로 떠난다. 고현정은 “가해자가 기득권 때문에 벌받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두 배우의 강인함은 따로 또 같은 색깔을 낸다. 고현정은 주로 <히트> 속 정의로운 형사나 사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덕여왕>처럼 인물 자체가 카리스마 넘치고, 이보영은 주로 모성(<신의 선물-14일>) 등을 계기로 강인하게 거듭난다. <리턴>에서도 고현정은 아이가 있기는 하지만,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정의로움이 강인함의 원동력이고, <마더>에서 이보영은 아이와 자신을 둘러싼 상처가 결심의 원동력이 된다. <마더> 제작진은 “겉모습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남수진이 상처투성이 아이를 만나 감정이 폭발된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공적인 자리에서 정의를 실현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제도권 밖으로 나온다. 스스로 세운 도덕적 기준과 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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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시작하는 <리턴>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물론 아무나 ‘멋진 언니’들이 될 수는 없다. 두 배우의 강단 있는 실제 성격과 연기력이 한몫했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강인한 역할을 맡는다고 모두 소화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현정 자체에서 풍기는 에너지와 연기력이 독보적인 배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티브이엔> 관계자 역시 “이보영은 그 자체로 따뜻함을 내포하면서도 단단한 이미지가 공존한다”고 짚었다. ‘인기’보다는 연기 의욕을 부추기는 작품을 고집하는 것도 극중 캐릭터와 닮았다. 고현정은 <리턴> 출연 이유에 대해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추운 겨울에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리턴>은 단막극을 했던 최경미 작가의 작품인데, 톱배우들이 보통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꺼리는 것과 달리 고현정은 “신인 작가에 대한 선입견은 없다. 대본이 좋아서 출연했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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