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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권력기구 개편]검찰 권한 축소·법무부 탈검찰화, 예견된 조치…‘입법 갈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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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무부 개혁안

청와대가 14일 밝힌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의 ‘탈검찰화’까지 더해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한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됐거나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이어서 검찰과 법무부도 크게 동요하거나 반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정 등이 발표에서 빠지고 검찰의 직접수사권도 특수수사 분야에서 일부 유지키로 해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사정기관별 수사 대상이나 범위를 둘러싼 갈등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은 기소 독점권·직접 수사권한·경찰 수사지휘권·형의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보유했다”면서 “검찰 권한 일부를 분리·분산하고 기관 간 통제장치를 도입해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앞으로 고위공직자 수사는 공수처가 맡게 된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경찰이 한 1차 수사권을 보완하는 2차 수사에 집중한다. 다만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 특별수사 기능은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유지한다. 검찰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탈검찰화해 기관 간 통제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정부 발표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논의되던 사항인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공수처의 경우 법무부가 국회 계류 중인 의원입법 법안들과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절충해 지난해 10월 법무부안을 발표한 바 있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처장·차장 각 1명과 검사 25명 이내로 구성되며 수사대상은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보완하면서 직접 수사한다는 원칙도 이미 정착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을 신청할 경우가 아니면 검찰에 수사 내용을 일일이 보고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기존에 검사장이 맡던 국·실장 직책을 외부에 개방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검찰은 공수처 법안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때 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의 경우 취지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일부 검사들은 수사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단계 사업가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이 건네진 정황을 포착했을 경우 법무부안대로라면 검찰은 사건 수사를 중단하고 공수처에 관련 기록을 넘겨야 한다”면서 “수사의 연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사건 인수인계가 바람직한지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등 지금까지 검찰이 맡아 성과를 낸 대형 형사사건이나 선거사범 등의 공안 사건도 수사 주체를 놓고 기관 간 이견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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