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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국, 한한령 ‘해빙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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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한 달

한국 영화 수입 문의 늘고 광고·콘서트 등 물밑 교류

회담 후 반한 감정 개선…올림픽도 기대감 높여

경향신문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한 달이 지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빙 기운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영화 수입 문의가 증가하고, 지난해에는 막혔던 중국 내 국제영화제 참여가 가능해졌으며, 한국 드라마 여러 편이 방송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대형 영화사의 베이징사무소 대표 ㄱ씨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거의 끊겼던 한국 영화 수입 관련 문의가 지난달 하순 이후 많이 오고 있다”며 “다른 (한국) 영화사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ㄱ씨는 “문 대통령이 방문한 후 중국 내 반한감정이 개선됐고, 지난해 인도·스페인·일본 등 제3국 영화가 흥행하면서 한국 영화의 시장성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7월 사드 부지가 확정된 후 중국 문화산업 감독기관인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각 방송사와 동영상 플랫폼 등 관련 업계에 비공개 공지를 통해 한류 콘텐츠 또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하는 한한령을 내렸다. 이후 한·중 합작 드라마에서 한국 배우가 하차 통보를 받거나 출연 분량이 삭제되고, 방송국과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류 콘텐츠가 사라졌다. 중국 당국은 한한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민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만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31일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에 이어 문 대통령의 방중으로 양국 관계 개선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회복되고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중국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관심이 높아지고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막혔던 한류 콘텐츠 회복의 토대도 마련됐다.

지난해 중국 내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올해는 상영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 ㄴ씨는 “지난해에는 한한령의 영향으로 항저우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베이징국제영화제, 상하이 TV 페스티벌과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콘텐츠가 제재를 받았지만 올해는 한국 콘텐츠 상영, 마켓 부스 설치 등에 제한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한령의 해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는 동영상 플랫폼의 한국 예능·드라마·영화 업데이트, 한국 가수들의 단독 콘서트 개최, 중국 제품에 한국 연예인 광고 모델 등장 등이 꼽힌다. 이들 가운데 현실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직 없지만 물밑 교류가 상당 부분 진행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 ㄷ씨는 “2016년 말에는 광전총국에서 한국 콘텐츠는 심의조차 넣지 말라는 분위기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신청하는 분위기가 됐고 한국 드라마 몇 편이 심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해빙 움직임에 반색하면서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한국행이 부분적으로 풀렸다가 재금지가 논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자 더 신중해진 분위기다. 또 다른 콘텐츠 업계 관계자 ㄹ씨는 “중국 콘텐츠 업계도 한한령이 곧 풀릴 것으로 보고 물밑 교류를 많이 하고 있지만 발표는 꺼리고 있다”며 “‘첫 사례’가 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더 올라가고 관광 등 인적 교류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한한령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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