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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옥죄기 들어간 금융당국…정권초 관치금융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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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어찌될지 모르는데 왜 서두르나"…후보자 인터뷰 보류 요구

2009년 'KB 사태' 재연 우려…강정원 내정자 물러나고 'MB 측근' 어윤대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융당국이 결국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금융권에선 3연임을 염두에 둔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회장의 3연임이 무난하다는 평가 속에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왔다.

회추위는 지난 9일 후보자를 27명에서 16명으로 줄인 데 이어, 오는 15∼16일 후보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해 쇼트리스트(최종후보군)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쇼트리스트에 김 회장이 포함되는 것 역시 금융권에선 당연지사로 여겨지고 있다. 그룹 내 리더십이나 실적 측면에서 유력 후보 1순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대로 차기 회장 선임을 진행하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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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금융과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에 대해선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 중이다.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에는 김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관련됐을 수 있다는 게 의혹을 제기한 하나금융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쇼트리스트 포함이 유력한 김 회장이나 함 행장이 차기 회장을 맡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검사에서 사실관계를 최대한 빨리 밝혀낼 테니 그때까지 쇼트리스트 발표를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지난 12일 회추위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나서 회장 후보 선임을 진행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 회장이 연임한 2015년에 회추위는 2월 23일에 그를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달 앞선 오는 22일 회장 후보를 선임하는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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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지난번보다 한 달 앞당길 특별한 사유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회장 선임을 강행할 경우 과거 'KB금융[105560]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9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KB금융 회장에 내정됐지만, 금감원 검사에서 강 내정자가 '사후 중징계'를 받으면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황영기 전 회장에 이어 강 내정자까지 물러나면서 KB금융의 신뢰도와 기업가치가 추락했다는 우려를 일부 회추위원도 보였다고 금융당국은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에서 어찌 될지 모르는 김 회장이 3연임하면 9년 전 KB금융 사태와 같은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가 당국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을 무시한 채 후보군 인터뷰를 강행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당국의 입장 표명이 정당성 여하를 떠나 민간 금융회사 CEO 선임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했을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현직이 너무 계속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3연임을 앞둔 김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회추위 구성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다거나 "현직 CEO의 영향력 아래서 회추위가 구성"된다고 거들었다.

결국 금융위와 금감원이 주거니 받거니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암묵적으로 김 회장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보내거나 '미운털' 박힌 인사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라는 견해도 있다.

2009년 KB 사태 때는 황 회장과 김 내정자가 물러나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던 어윤대 회장이 선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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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왼쪽)과 강정원 전 KB금융 회장 내정자(200당시 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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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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