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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실명확인 거부 땐 입금제한 등 페널티… ‘투기 광풍’ 잠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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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내 실명거래 시스템 가동/신규계좌 발급 재개되고 투자도 가능 / 실명 거부 계좌 과태료 부과 방안 검토 / 편법 운영 ‘벌집계좌’는 원천차단키로 / 고강도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도 / 당국 “현행법 내 거래 최대 위축시킬 것” / “결국 투자자금 해외로 빠져나갈 것 차라리 암호화폐 엄선 제한해야” 지적

거래소 폐쇄(거래금지) 추진 소식에 크게 흔들렸던 가상화폐 시장이 진정 국면이다. 이달 안에 실명거래 시스템이 가동하면 신규계좌 발급이 재개되고 잠재적 투자자도 매매할 수 있게 된다. ‘투기 광풍’에 대한 정부의 잇단 경고와 규제 움직임에 움츠러들었던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광풍’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서서히 위축 흐름을 보일 개연성이 있다. 거품을 빼기 위한 추가 규제들이 대기 중이다. 실명시스템은 이를 위한 기초작업 성격이다. 거래세를 부과하기 위한 기초자료 생성, 1인당 거래한도 설정 등이 실명시스템 토대에서 가능해진다. 가상화폐 시장을 위험천만한 투기의 장으로 보는 정부 시각은 그대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4일 “현행법 테두리에서 거래를 최대한 위축시키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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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말까 14일 서울 중구 다동의 가상화폐 거래소 앞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가 뜬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물론 논란이 불가피하고 규제 실행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지금도 자기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로 거래하고 있다. 실명거래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이다. 거래금지안은 최대 논란거리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호기롭게 발표했던 이 안은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하다 하다 안되면 실행할 ‘극약 처방’이다. 금융당국에선 “박 장관이 너무 나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명시스템은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책으로, 국적과 나이, 실제 이름이 확인되는 같은 은행 간 거래만 허용하는 것이다. 가령 A은행에 계좌를 둔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투자자도 A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한다. 기존 투자자가 실명확인을 거부할 경우 기존 계좌로 입금이 제한되는 등 페널티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일정 기한에 실명전환을 하지 않으면 과징금 등 다양한 불이익을 줬듯, 이번에도 실명확인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페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확인 절차를 거부하는 계좌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되는데, 이는 법 개정 사안이어서 아직은 먼 얘기다.

정부는 기존 가상계좌를 막으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일명 ‘벌집계좌’는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벌집계좌는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로 위장한 사실상의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벌집계좌)다. 후발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은 뒤 이 계좌 아래에 다수 거래자의 거래를 수기로 담는 방식으로 편법 운영해왔다. 벌집계좌는 은행들이 적발하기도 쉬워 법인계좌 아래 다수 개인의 빈번한 거래가 포착되는 계좌는 아예 중단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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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명시스템 가동으로, 막혔던 신규투자가 가능해지지만 이 같은 규제들은 투기 광풍의 속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과 거래소 간 가상계좌 제공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거래계좌가 자동정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은 거래소와의 계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연장 여부를 정하는데, 거래소가 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특히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특별검사가 은행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FIU와 금감원의 이번 검사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점검하는 목적이다. 이를 토대로 FIU는 강도 높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미국 주요 대형 은행은 테러·마약 등의 자금세탁을 우려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주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가상계좌의 실명 전환이 은행 지급결제 시스템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계좌를 통한 투자금을 실명시스템으로 옮겨주지만, 이 시스템이 영원히 유지될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에 대해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결국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도 ‘김치프리미엄’은 공급 부족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차라리 거래소에 상장되는 암호화폐들을 엄선해 제한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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