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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미 극장가 거센 女風…흥행1~3위 영화 여성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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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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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미 극장가는 '여풍'이 대세였다. 2017년 미국·캐나다 시장에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그해 흥행 1~3위를 나란히 꿰찬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영화 본산지 북미에서 흥행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 37년 만이자, 1958년 여배우가 미국 영화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60년 만의 일.

북미 극장가 '여풍' 주역은 이들 3인방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광선검을 움켜쥔 제다이 후예 레이(데이지 리들리), '미녀와 야수'에서 노랑 드레스가 고혹적인 여인 벨(엠마 왓슨), 그리고 '원더 우먼'의 슈퍼 히어로 다이애나(갈 가도트). 엄연히 세 작품 모두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서사가 흘러가므로, 독법에 따라선 '여성 영화'라 불러도 무방하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때부터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국 배우 데이지 리들리는 연기 경력이 오래되진 않았다. 2013년 단편 '라이프세이버(Lifesaver)'로 데뷔해 자국 드라마 위주로 출연해 오다 '스타워즈' 시퀄(전편과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 시리즈 주연으로 발탁됐다. 이제 겨우 5년 차일 뿐이다. 국내에선 재미를 못 봤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지난달 15일 개봉해 15일 만에 북미에서 5억1700만달러(약 5524억원), 해외에서 5억2000만달러(약 5528억원)를 벌어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10억4000만달러(약 1조1054억원)라는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북미 흥행 2위를 꿰찬 '미녀와 야수'도 엠마 왓슨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 경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판으로 옮겨놓은 이 뮤지컬 영화는 엠마 왓슨의 호연에 힘입어 북미에서만 5억400만달러(약 5385억원)를 거둬들였다. 세계 시장까지 합하면 7억5950만달러(약 8115억원)에 이른다. '원더 우먼' 또한 '젠더 뒤집기'로 여성 히어로물의 신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북미에서 4억1260만달러(약 4408억원), 해외에서 4억930만달러(약 4373억원) 수익을 거두며 지난해 흥행 3위에 오른 수작이다.

그럼 한국 영화는 어떠한가. 예나 지금이나 주류는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영화'들 이다. 지난해 흥행 3위 작품군인 '택시운전사' '공조' '범죄도시' 모두 눈에 띄는 여주인공은 거의 전무하다.

2017년 개봉작 중 '미옥'(주연 김혜수), '악녀'(주연 김옥빈) 등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주인공이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성 액션 영화를 만들면서도 모성애가 중심"이라며 "가족을 떼놓고는 여성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국 영화계 남성 편향은 2000년대 중후반 들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친구'(2001)로 대표되는 범죄 액션 장르군이 안정적 수익 모델로 자리매김하면서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등의 멜로·로맨스물이 주변부로 밀려나 버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수 여배우들이 남성 중심의 영화계를 질타하기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데 영화 안에선 늘 피해자로 등장하는 것 같다."(박신혜) "영화를 너무나 하고 싶은데 작품이 없어 속상한 적도 있다."(전도연)

강유정 평론가는 "북미에서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 비중이 높아지게 된 데에는 의식 있는 제작자, 감독들의 자체적인 '여성 클릭'이 있었다"며 "국내에도 성별 균형이 맞는 캐스팅과 더불어 남성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여성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시균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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