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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와 대학의 끝없는 갈등, ‘경희대 모델’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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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희망제작소 제안으로 2년여 교섭 끝 지난해 타결

자회사 통한 고용보장으로 대학·노동자 화합

“대학 주체 간 신뢰형성으로 결실이 가장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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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연세대·홍익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지난해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자리를 아르바이트 등 초단기노동자로 대체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을 핑계로 대학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 쪽은 “학생 수가 줄어 재정압박이 있고 예전만큼 청소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되자 지난 11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교인 고려대를 방문해 노동자와 학교의 의견을 들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해묵은 갈등’에 양쪽 주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경희대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경희대 모델은 이 대학 산학협력단이 지분 100%를 갖는 자회사 ‘케이에코텍’을 만들어 청소노동자 135명을 직접고용한 방안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대학의 직접 고용을 포기한 대신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얻을 수 있었고, 대학은 비용 부담을 떠안은 대신 양질의 청소서비스와 사회적 평판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고려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본관 점거농성 등을 통해 대학본부의 ‘직접 고용’ 및 ‘시급 인상’을 요구한 것에 비해, 경희대 모델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 안정’에 주력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일단 ‘경희대 모델’의 주체들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경희대 청소노동자 백영란씨는 “과거에는 상여금이 두 번 합해 5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통상임금의 100% 수준인 162만원으로 올랐다. 정년이 70살까지 보장되고 건강검진도 종합검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원 케이에코텍 대표도 “상여금 등 처우 개선으로 비용은 다소 늘었지만 애초 이윤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가 아니어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내 직장이라 생각해 청소를 열심히 해주셔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희섭 경희대 재정예산처장은 “청소노동자들이 경희대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는 모습”이라며 “일부 비용이 늘었으나 학교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케이에코텍은 지난해 청소노동자 14명이 정년퇴직하자 13명 추가 고용을 결정하기도 했다. 인력 감축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대학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물론 경희대 모델에 대한 긍정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요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다수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경희대 모델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실장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이 사용자성을 회피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며 “기존 용역업체에서 무늬만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희대 모델이 특수한 조건에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경희대 모델이 주목할 만한 사례임은 분명하지만, 당시 경희대처럼 조직화된 노조와 대학당국의 유연한 태도를 동시에 갖춘 대학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모델의 더 큰 의미는 대학 내 노동 문제에 접근하는 ‘협의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모델은 비영리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의 제안으로 경희대와 청소노동자 노조가 2년여 협상 끝에 마련한 결과물이다. 임주환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변호사)은 “노사 불신이 큰 상태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도 결과를 내기 어렵다”며 “대학 주체 간에 신뢰를 축적해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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