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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장소 직접 보니…" 박종철 31주기 남영동 추모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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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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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추모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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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31년이 흐른 오늘


추모 시민 "고문하려고 만든 건물이라니 악마같아"

민병두 의원 "원형 그대로 둬야 어두운 역사 반복 안돼"
배은심 여사 "전두환, 노태우 사면 때 치 떨리고 분해"
"문 대통령도 화해 차원 박근혜, 김기춘 내보낼지 걱정"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박종철 열사가 이렇게 좁은 방에서 고문을 받다가 돌아가셨다니…"

14일 박종철 열사의 31주기를 맞았다. 영화 '1987'의 인기로 박 열사 추모 분위기도 뜨거워지며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박 열사가 고문을 받다가 숨을 거둔 대공분실 '9호실'에 헌화를 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좁은 복도를 가득 메웠다.

'9호실'에는 작은 침상과 화장실 변기, 그리고 경찰의 고문이 자행된 수조가 설치돼 있었다. 박 열사를 추모하는 시민들은 박 열사가 고문을 당해 결국 목숨을 잃게 된 수조와 방안 곳곳에 국화를 놓고 묵념했다. 눈물을 터뜨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아침 영화 1987을 보고 왔다는 이선영(24·여)씨는 헌화를 한 뒤 "영화에서도 봤지만 이렇게 좁은 방인 줄은 몰랐다. 직접 보니까 너무 가슴 아프다"며 "박 열사 말고도 고문당하신 분들이 한 둘이 아닐 텐데 모두 진실이 드러나고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연히 남영동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박 열사를 추모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지나가던 길이었던 김형태(54)씨는 "저기 5층 창문을 저렇게 작게 만들어놓고 처음 지을 때부터 고문을 하려고 지었다니 악마 같다"라며 "이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서 나중에라도 또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박 열사를 기리는 사업을 진행해온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추모제가 열렸다. 박 열사의 서울대 동문, '학림사건'의 고문 피해자들, 박 열사가 졸업한 부산 혜광고 동문들도 참석했다.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함께했다.

'학림사건' 고문 피해자이기도 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에 37년만에 온다. 37년 정도는 교도소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동생도 여기서 고문을 받으며 '형 절대 잡히지마. 여기서 고문당하면 죽을 수밖에 없어'라는 쪽지를 보내왔다"고 회상했다.

민 의원은 "여기 오니 모욕감을 느낀다. 박종철 기념 전시관 옆에 경찰이 이렇게 인권을 지켰다는 전시가 마주해있는 걸 보니 죄스럽고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원형을 그대로 지켜야하는데 그 당시에 없었던 스팀도 생겼다. 원형을 그대로 둬야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은심 여사는 "31년이 됐다고 하는데 아직 걱정도 되고 이런 것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화해한다는 조건을 달고 전두환, 노태우이 사면 받아서 출소할 때 안양 교도소 앞에 가서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박 열사 아버님이 항의하다가 경찰 방패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셨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때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억울하고, 분하다. 우리 피해자들한테 한번이라도 논의해봤는가"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화해 차원에서 박근혜, 김기춘을 이런 식으로 또 내보낼지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 열사가 졸업한 부산 혜광고 후배인 김원석 학생은 "얼마 전에 영화 1987을 봤다. 올바르지 못한 역사를 보면서 느껴지는 의분을 가슴에 새기겠다"며 "열사님들께서 노력해서 일궈오신 민주주의 발전시키면서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경기도 안산 청소년 동아리 '인클루드'에 장학금을 지급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된 참배 행사에는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 등 관련자들과 김세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장, 영화 '1987' 제작사인 우정필름 이우정 대표, 박 열사가 졸업한 서울대·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만났다.

경찰청 인권센터는 과거 치안본부 대공보안분실(남영동 대공분실)이 위치했던 건물로 이 곳에서 1987년 1월14일 박 군이 경찰의 물고문으로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사인을 은폐하기 위해 치안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박 군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심대한 파장을 일으키면서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경찰청은 2005년부터 남영동 대공분실을 경찰청 인권센터로 전환하고 박종철 기념관을 설치·운영해오고 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만들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진행 중이다.

chaidese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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