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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뛰는 집값, 강남 인접 지역까지 동조 현상…고민 쌓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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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성동·광진·마포 덩달아 올라…지방 큰손 등 갭투자 나서“

강남 매물 부족하니 대체 투자처로 몰려 정부 엄포 냉랭한 반응”

당장 쓸 대책 없고 보유세 강화 등은 6월 지방선거 앞둬 못 내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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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리예요. 아파트값이 하루에 1000만원씩 오르는데도 매물이 없어요. 계약하고 잔금 치를 때까지 두 달간 1억5000만원이나 오르는 판이니 집주인들은 당분간 안 판다고들 하죠. 그러니까 사러 온 사람들은 더 달라붙고 호가는 제 마음대로 뛰는 상황입니다.”

14일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집값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도 떨어지지 않던 강남 집값은 각종 대책이 나올 때에만 매수세가 잠깐 둔화했을 뿐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잡을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8일 조사 기준으로 강남권 아파트값은 일주일 새 0.42% 올라 전주(0.39%)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송파구는 1.10% 올라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강남구도 0.70% 상승했다. 서울지역 집값은 0.29% 올라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강남 집값 급등 현상을 ‘국지적 과열’이라며 애써 외면해왔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이외에도 입지 좋은 서울지역 집값 상승세는 뚜렷했다. 일주일 새 양천(0.77%), 성동(0.40%), 광진(0.34%), 마포(0.23%) 등이 비교적 크게 올랐다. 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서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지도는 상승률이 0.5% 이상인 구는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한 달 전(지난해 12월21일) 빨간색 구는 전혀 없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강남·송파·양천 등 3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확연하다. 여러 주택에 분산하기보다 돈 될 만한 한 채에 집중하는 압축투자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블루칩인 강남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옐로칩(중저가 우량주)인 인접 지역으로도 투자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1억원 안팎의 갭투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무주택 고소득자나 지방 자산가들이 거액을 동원한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이 한동안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올해 3%대 성장률을 전망할 만큼 한국 경제의 거시경제 전망이 밝은 데다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를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오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보유세 강화 등의 규제를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과열 지역에 무기한 최고 수준의 단속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곧 논의가 본격화될 보유세는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자에 대한 핀셋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주거안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거론돼왔던 터라 섣불리 내놓기도 어려운 처지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금은 그간 쏟아진 대책에 시장이 마지막으로 반응하는 것”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임대주택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가동되는 4월에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의 강남 집값은 정부 정책이 미온적으로 나온 결과”라며 “새 정부 출범 직후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고 강남 재건축 시장도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도록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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