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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드리포트] "우리 동네는 통행금지!"…길 찾기 앱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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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레오니아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1668년 네덜란드와 영국 출신의 농부들이 처음 정착해 세운 곳이라고 하는데 인구는 채 1만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매일 아침과 저녁 레오니아를 통과하는 차량만 어림잡아 25만대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목적지로 향하는 주요 도로가 막혀 있을 때 네비게이션(길 찾기) 앱은 매우 유용합니다. 실시간으로 교통량을 파악해 몇 분이라도 빠른 길을 찾아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앱이 알려주는 대로 접어드는 순간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유감스러운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죠. 답답해 하던 많은 운전자들이 같은 길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구글 맵스나 웨이즈 같이 미국에서 인기있는 '길 찾기' 앱들이 뉴욕으로 향하는 간선도로가 막히는 경우 우회하도록 알려주는 길이 바로 레오니아의 골목길입니다. 레오니아는 미 전역에서 가장 붐비는 도로에 인접해 있습니다. 메사추세츠 주 메드포드, 캘리포니아 주 프레몬트 등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집 앞에 있는 자신의 차를 빼는데 1시간이나 걸리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사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시 당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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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레오니아는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제한하는 조치도 실시해봤고 '길 찾기' 앱 회사에 차량을 분산시켜 달라는 협조도 요청해 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준 태그를 달지 않은 (외부) 차량들이 아침 6시 반부터 오전 10시, 오후 4시부터 밤 9시 사이에 레오니아 관할 60여 개 도로를 통과할 경우 200달러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치는 오는 22일부터 시행됩니다.

지역 주민을 제외하고서는 당연히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조치입니다.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습니다. 그러나 레오니아 시는 이번 규정이 합법적이라고 말합니다. 대법원 판결로 골목길을 통제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을 자치 정부에 주고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이 길들은 레오니아 주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조치 대상에 주 정부나 카운티 정부가 관할하는 주요도로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레오니아 시는 또 지역 주민들이 갑자기 불어난 차에 치이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 이같은 논쟁적 조치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서장을 합해 18명 밖에 되지 않는 경찰 인력으로 다른 방법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합니다.

대도시 주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지역들이 레오니아에 관련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미 주류 언론들의 관심도 큰 편입니다. 주민들의 의사를 앞세운 이 작은 도시의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합니다. 특파원인 저 역시 출퇴근길 우회로로 레오니아의 골목길을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최대식 기자 dscho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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