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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적과의 동침? 블록체인에 뛰어드는 대기업의 5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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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월마트, 에어버스, 코닥 등 기존 판 흔들어 새판 짜기 위해 ]

머니투데이

/사진=pixabay


사실 대기업과 블록체인은 안 맞는 조합이다. 블록체인은 중앙은행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화폐와 자산의 통제권을 개인 간 거래로 돌려주겠다는 것. 그런데 대부분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길목에서 중개자로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개인들이 플랫폼에 올리는 정보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고 우버는 차량 소유자와 이용자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우버는 공유경제라기보다 중앙집중형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서비스이다.

그럼에도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이 앞 다퉈 블록체인 기술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하고 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블록체인에 뛰어드는 이유를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한다.

1.뒤집기 한 판 하려고 → 코닥

130년 역사의 코닥(Kodak)은 한때 전 세계 필름시장을 주름잡았지만 1990년대 들어 디지털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옛것만 고집하다 망하다’라는 뜻으로 ‘Being kodaked(코닥이 되다)’라는 말이 쓰일 정도이다.

그래서 코닥이 최근 승부수를 띄운 것이 블록체인 사진거래 플랫폼. 지난 9일 코닥은 사진거래 플랫폼 ‘코닥원’(KodakOne)을 열고 이 플랫폼 안에서 쓰일 가상통화 ‘코닥코인’(KodakCoin)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에 사진의 저작권 정보를 저장하고 스마트 계약으로 사진거래 결제까지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식이다.

① 원작자가 사진을 등록하면 저작권 정보가 입력된 블록(데이터)이 형성된다.



② 소비자가 사진을 내려 받으면 스마트 계약에 따라 원작자에게 즉시 코닥코인으로 저작권료가 지불된다.



③ 소비지와 원작자는 거래정보가 담긴 장부를 분산해 소유하는데 거래정보가 계속 업데이트 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게티이미지’(Getty Images) 등 기존 사진공유 플랫폼에서처럼 과도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원작자 역시 저작권료를 더 높이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코닥은 ‘사진 명가’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불법 도용 사례를 찾아내 저작권 관리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전용 채굴기를 임대하면서 임대 수익도 올린다는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사진=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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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판을 한 번 흔들어 보려고 → 토요타

자동차의 미래는 ‘차량공유 + 자율주행’으로 전망된다. 차를 살 필요 없이 차량공유 앱으로 호출하면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찾아와 최적의 주행경로로 태워다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토요타는 둘 모두에서 뒤쳐져 있다. 그래서 우버나 리프트 등 기존의 차량공유 생태계에 편입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차량공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토요타가 꺼내 든 카드는 블록체인 차량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중개자가 필요 없는 P2P(개인 간 거래) 자동차 공유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MIT 미디어랩과 손잡고 블록체인을 기술을 응용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구상은 이렇다.

① 고객이 토요타 블록체인 차량공유 플랫폼에서 차를 호출한다.



② 차종, 차량 위치 등 거래 조건이 맞으면 스마트 계약에 따라 이용료가 자동 지불되고 이는 블록체인에 등록된다.



③ 자율주행차가 오면 접근권한이 고객에게 주어져 잠금장치와 차량시동을 제어할 수 있다.



④ 고객이 내리면 블록체인에서 차에 대한 접근권한은 다시 토요타에 넘어간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발 늦은 차량공유 생태계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차량에 장착된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쌓이면 이를 보험회사와 공유해 정확한 보험료 산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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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BM


3.판을 통째 삼키려고 → 월마트

‘먹거리’ 안전은 전 세계 식품업계의 공통된 난제. 최근 블록체인이 식품안전을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급, 검수, 유통의 전 과정이 블록체인에 저장돼 어느 과정에서 변질·오염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블록체인으로 식품유통 전 과정을 투명화하면서 전 세계인의 식탁을 지배하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IBM과 2016년 10월부터 블록체인을 통한 농축산품 유통에 대한 추적 실험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월마트의 돼지고기 이력 추적. 돼지가 어디서 키워지고, 어떻게 도축돼, 어떤 경로로 매장에 들어왔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① 축산업자는 돼지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부착한다. 사육 환경과 사육 방식이 블록체인에 실시간 저장된다.



② 가공업체는 가공정보를, 저장업체는 보관정보를 포장박스의 센서에 입력한다.



③ 운송과정에서 센서가 온·습도와 물리적 충격 등을 측정해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④ 돼지고기가 마트에 도착하면 마트는 포장지 센서에 판매 환경 등의 데이터 입력한다.



⑤ 소비자는 QR코드로 축산농가에서 마트까지 유통 전 과정을 확인한다.

월마트는 기존에는 돼지고기에 오염·변질 문제가 발생하면 수백 명 조사관이 2주 정도 조사를 해야 이력을 추적할 수 있었는데 블록체인 실험결과 단 몇 분 만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월마트도 같은 방식으로 망고의 이력추적을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테스트한 결과 망고 포장지의 QR코드를 스캔했을 때 멕시코 농장에서부터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2.2초 만에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록체인에 고기 부위 하나하나, 망고 과육 하나하나의 DNA 정보까지 저장할 수 있다면 식품유통이 완전히 투명해지고 그 기업이 전 세계 식탁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4.군살을 빼려고 → 에어버스

‘에어380’ 제조사인 유럽의 에어버스는 블록체인을 부품의 생산과 유통에 적용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2015년부터 3D 프린터로 항공기 부품을 만들어 제작시간과 경비를 줄여왔는데 최근 3D 프린팅 부품의 생산과 이동과정까지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어버스는 컴퓨터에서 만든 3D 부품 설계도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각국 에어버스 협력 공장의 3D 프린터로 바로 보낸다. 블록체인에서 동일한 계약임이 확인돼야 3D 프린트가 부품을 인쇄하기 때문에 설계도 유출을 원천 봉쇄하면서도 빠르게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

/사진=콘줄


5.블록체인 자체에 위협을 느껴서 → 도쿄전력



블록체인은 전력시장을 거대 전력기관 중심에서 개인 간 거래도 바꾸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전력 중개기관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발전소 주변 주민은 발전소에서 곧바로 전기를 싸게 구매할 수 있고,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가정은 남는 전기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누진제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전기가 남는 이웃에게 개별적으로 사서 전기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에너지 기업에게는 치명적이다. 개인들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한다면 도쿄전력과 같은 전력기관의 에너지 독점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쿄전력은 최근 자신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에너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을 에너지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적극 개입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쿄전력은 지난 9일 ‘콘줄’이라는 스타트업에 3억6000만엔(약 36억원)을 투자했는데 독일기업인 콘줄은 태양광 생산자와 개인 간 에너지 거래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블룸버그는 “블록체인이 이끌어갈 전력시장은 거대 전력기관을 점점 더 배제할 것이다. 66년 된 도쿄전력이 택한 생존 전략은 신생 기업에게 업혀가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뒤집기 한 판을 위해서든, 판을 한 번 흔들기 위해서든, 판을 통째로 삼키기 위해서든, 블록체인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든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다. 블록체인 물결에서는 대마불사(大馬不死)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위기의식이다.

이해진 기자 hjl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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